“한국의 대기업을 이끄는 훌륭한 '비즈니스 천재'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지금이 미국에 투자할 적기이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
중국과의 무역분쟁 휴전 협상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공교롭게도 한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오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다음 날인 30일 오전 한국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 주요 교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인과 만남 자리에서 전달한 핵심 메시지는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였다. 그는 집권 이후 국내 기업이 투자한 것에 대해 확실한 감사 표시를 하며 추가 투자를 당부했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간담회였지만 국내 기업은 추가 대미 투자 부담이 생겼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간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등 18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LG와 한진그룹은 각각 구광모 회장과 조원태 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과 우기홍 부사장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을 '비즈니스 천재'라고 추켜세우며,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언급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2017년 이후 수억달러 이상 상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 뒤 그동안 미국에 투자해 온 국내 기업을 거론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사람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었다. 트럼프는 신 회장의 지난달 워싱턴 방문과 3조6000억원 투자에 감사한다면서 “신 회장은 너무나도 훌륭한 일을 많이 성취했고, 제 옆에서 같이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현대, 삼성, CJ, SK를 언급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나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이 자신의 투자 요청에 화답한 기업에는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추가 투자 요청이다. 트럼프는 지금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적절한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대미 투자를 적극 확대해 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재선을 앞둔 상황에서 해외기업 투자 유치 확대가 중요한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공장 건설 등 많은 투자를 한 국내 기업은 추가 투자 요청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부를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적극 투자를 늘리기에는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는 간담회 이전부터 미국 내 생산량 확대, 공장 증설 등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었다.
재계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화웨이 제재 동참 등 강한 메시지가 없어 다행”이라면서도 “총수들을 대거 모은 간담회에서 수차례 대미 추가 투자를 요청한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