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북미 깜짝 회동으로 비핵화 협상 엔진 '재가동'…靑 "북미 협상, 탄력 받을 것"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췄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된다. 남북미 정상이 깜짝 회동에 성공하면서다. 단순 회동이 아닌 정상회담에 가까운 대화를 하면서 '톱다운 협상' 채널이 다시 가동됐다. 정전협정 66년 만에 이뤄진 남북미 정상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멈춰 섰던 비핵화 협상 '재가동'

이날 북미 정상 간 만남은 약식 회동으로 이뤄진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담은 합의문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두 정상의 대화 내용으로 미뤄 그동안 협상 교착 과정에서 쌓인 북미, 남북 간 피로감을 단번에 씻어냈다는 평가다. 냉랭했던 북미관계에 급속도로 훈기가 돌고, 멈춰 섰던 비핵화 협상 역시 새로운 엔진을 켰다.

남북미 정상이 정전협정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났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남북미 정상이 정전협정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났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두 정상은 한 시간 가량 약식 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위한 추가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며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실무팀을 선정해 이미 (명단을) 갖고 있다. 비건 대표가 (실무팀의) 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건 대표는 전문가인 동시에 한국과 북한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비건 대표가 저를 대표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실무팀을 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는 이미 팀을 갖고 있고, 양측이 선호하는 상대들과 얘기하기로 한 것”이라며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미는 앞서 결렬됐지만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비핵화 계산법을 충분히 인지했다. 이날 회담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알리고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다시 열었다. 북미가 새로이 꾸민 실무단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하느냐에 따라 하노이 회담 수준을 뛰어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북미 회담 중재자, 촉진자 역할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미 간 대화 자리에 초점을 뒀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무게감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동 이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전문가는 “하노이 회담 이후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까지도 연출됐지만 이번 깜짝 회동으로 서로의 앙금을 씻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양국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의기투합' 차원에서 의미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간 회동 직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간 회동 직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역사적인 회동을 성사시킨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이자 피스메이커”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춤거렸던 북미 협상, 탄력 받을 것”

청와대는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과 북미 3차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동시에 이뤄진 것에 대해 '또 하나의 역사'라고 언급했다.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은 북미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진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잠시 주춤거렸던 북미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쟁없는 세상을 위해 모두 힘을 모을 것을 염원한다”고 말했다.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아직은 이른 것 같다”며 “북미 간 회담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정상은 남북미 회동에 앞서 비무장지대 내 최북단 한미연합 초소인 오울렛에 나란히 올라 북한을 살펴봤다. 오울렛 초소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다 전사한 조지프 오울렛 일병의 이름을 딴 곳이다.

이어 캠프 보니파스를 찾아 한미 양국 군인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제 JSA는 대결과 분쟁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 위대한 역사를 바꾸고 있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고, 그 위대한 변화를 만들고 있는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