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 제제 동참'을 언급하지 않은 배경이 관심이다. 대미(對美) 투자 확대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재개한 무역협상 등 여러 요인을 두루 감안했을 거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삼성·LG·현대차·SK·롯데·GS·CJ·한진·두산·SPC·농심 등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미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당부, 화웨이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 직후 권영수 LG 부회장은 화웨이 사태 관련 논의에 대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에 앞서 “화웨이 제재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LG 통신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화웨이로부터 4세대(4G)에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화웨이를 사업 파트너에서 배제해달라는 요청을 유력하게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LG를 비롯한 기업 총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 동참'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대미 투자 확대에 집중 △미중 무역전쟁 휴전 등을 두루 감안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확대'와 '제재 동참'을 동시에 요구하는 건 우리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전제다.
이날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이 투자를 적극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만나 무역협상 중단을 합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기존에 미국에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유지하되 추가로 부과할 관세는 '일단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협상 하루 만에 중국 기업을 '정조준'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거란 의미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 속도 조절을 본격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이후 “미국 기업이 계속해서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