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남북미 정상의 삼자회동이 이뤄졌다”며 “문서상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전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고, 미국 정상이 특별한 경호 조치 없이 북한 정상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정상은 지난달 30일 남측 '자유의 집'에서 53분간 회동하며 사실상 정상회담을 통해 실무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이어질 북미대화에 있어 늘 그런 사실을 상기하고 의미를 되새기면서 대화의 토대로 삼아나간다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의 첫 동반 DMZ 방문 의미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25m 거리의 최정방 GP인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함께 디엠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최초”라며 “양국 대통령이 군복이나 방탄복이 아닌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최전방 지피를 방문한 것도 사상 최초”라고 전했다. 최전방 초소의 미군 지휘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간 9·19 군사합의 이전의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 상황과 그 이후 평화 상황을 비교해 설명했다고도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40킬로미터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고, 서울에만 10만명이상의 미국인이 상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상황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의 안보에 가져다주었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정상 간 신뢰뿐 아니라 판문점 일대 공동경비구역이 비무장화되는 등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깜짝 회동이 성사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를 통한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호응 때문으로 봤다. 기존 외교 문법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수 없는,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회동을 예로 들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국내 국회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에 있어서도 부족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정치문법과 정책을 과감히 뛰어넘는 풍부한 상상력의 정치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