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을 해야 대규모 채용을 하죠.”
지난 수년 동안 이어져 온 신세계의 채용박람회 소식이 올해 들리지 않는다. 행사 개최 여부를 묻는 기자의 궁금증에 한 기업 홍보 담당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신세계 채용박람회는 유통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중요한 연례 행사였다. 대규모 채용 행사 진행은 물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깜짝 발표'가 진행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그룹의 주요 현안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이슈의 중심에 서 왔다.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 PK마켓의 미국 시장 진출, 온라인물류센터 1조원 투자 등이 그것이다.
아쉽지만 올해는 이 같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채용 행사가 아니라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계열사 신세계 프라퍼티가 주관하는 행사가 열린다. 정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출점을 해야 대규모 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유통업계에서는 '여러 규제로 대형 매장 출점은 제한하면서 채용만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새 점포가 늘지 않는데 인력을 대거 채용하기란 어렵다. 규제로 사실상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출점으로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지만 유통업계를 둘러싼 너무나 과도한 규제들로 인해 언감생심이다. 투자 결정도 쉽지 않은데 규제가 많다 보니 기업이 적극 나서기 어렵다. 주변 상권과의 상생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준조세처럼 되면 기업의 역동적인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도 월 2회 휴무를 의무로 하는 등 각종 규제를 더 만들고 있다. 국내 유통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주요 이유다.
정부는 '출점→채용(일자리 창출)→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단순한 구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기업 이윤도 나고 일자리도 는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