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 위치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이대훈 행장을 직접 만났다. 마침 이날 이 행장은 디지털 부서와의 간담회 '디지털 토론회 With CEO'라는 행사를 직접 마련했다. 디지털 현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디지털 부문 직원과의 소통 자리였다.
참석 인원도 팀장급 이하로 제한했다. 경영진과 임원을 제외하고 현장 일선에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농협 직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간담회는 격의 없이 수시간 동안 진행됐다. 행장 이대훈이 아닌 디지털 익스플로러로 참여했다.
최근 이 행장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주 1회 양재로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집무실 외에 자율 좌석제로 운영하고 있는 캠퍼스 내 '이대훈 명찰'이 뜬 자리가 하나 더 있었다. 언제나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평사원 자리다.
이 행장은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가 앉아서 보고만 받는 관례는 깨야 한다”며 “농협은행이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인 행장 스스로가 방향을 제시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H디지털 혁신캠퍼스를 금융권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협업센터로 만들 것”이라며 “협력 대상 기업도 핀테크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기업 전반으로 확장해 단순 협업을 넘어 상생 사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혁신 캠퍼스에 입주한 기업 대상으로 농협은행은 액셀러레이팅 트랙을 A와 B로 구분했다.
A트랙 기업에는 사업 초기부터 시드머니를 직접 지원했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이 은행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했다”며 “이는 다시 말해 전통 농업은행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20~30대가 좋아하는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향후 은행 브랜드의 생존을 가늠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 매출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며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초연결 시키는지가 농협의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업 융합과 디지털 협업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강력한 제휴기반 마련을 위해 200억원 규모 혁신펀드를 조성했다”며 “디지털혁신캠퍼스 입주기업을 비롯해 혁신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성과는 고객 반응이며, 행장 취임 이후 디지털 혁신을 고민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협의 보수적 이미지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본인부터 디지털 익스플로러로 거듭나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이 행장은 “금융시장에서 오픈 API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농협은행은 이제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 수용성도 가장 빠른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며 “디지털 경쟁력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며 농협은행의 특화된 디지털 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