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금융권 최대 핀테크 요람 'NH디지털혁신캠퍼스'가 개소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농협은행의 디지털 신기술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스타트업 발굴 육성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는 농협 디지털 컨트롤타워다.
디지털 R&D센터와 핀테크 혁신센터로 나뉘어 운영되며 옛 정보기술(IT)전산센터 부지, 건물을 핀테크 성장 지원 인프라로 전환했다. 국내 금융사 최대인 2314㎡(약 700평) 규모다. 다른 시중은행 전체 핀테크 랩을 합친 것보다 크다.
농협 특화형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Challenge+)'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
33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다.
국내 최대 디지털 허브를 직접 찾아갔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잘 되고 있는지 실제 운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체험했다.
◇칸막이 없는 자유로움, 스마트오피스
캠퍼스 입구에 들어서자 좌석을 예약할 수 있는 단말기가 보였다. 캠퍼스는 자율 좌석제로 운영된다. 출근한 직원은 별도 스마트오피스 단말기를 통해 좌석을 예약하고 업무를 본다. 약 30석의 좌석이 있고, 직급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센터장 앞좌석을 확인해보니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이미 자리를 찜(?)해놨다. 집무실이 있지만 디지털 직원과 수시로 대화하고 동등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12번 좌석을 예약해 놓은 것. 좌석을 예약하면 전화번호 등도 해당 자리로 모두 연결된다.
입주 기업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스타트업 사무실은 총 15개. 129석이 있다. 기업 규모에 맞게 7인실, 4인실, 1인실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사무실이 답답하면 핫데스크를 이용하면 된다. 개방된 사무 공간으로 누구나 이용가능하게 설계됐다. 36석의 핫데스크를 통해 입주 기업 직원은 자유롭게 커피숍에서 일을 보듯 사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공용 홀과 카페라운지도 최대 규모다. 언제나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도록 통로부터 공용공간까지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구글, 페이스북처럼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이 맞물려 돌아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직원을 위해 '포커스룸'도 설치했다.
1인 업무 공간으로 보안을 요하는 업무를 보거나 주요 업무를 볼 수 있는 독립 공간이다.
캠퍼스는 설계 초기부터 기존 사무실과 다르게 개방형 공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창섭 디지털협력파트장은 “은행이 추구하는 비즈니스와 혁신 스타트업이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 모습, 형태는 다르지만 고객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출발점은 같다”며 “혁신을 일구기 위해서는 모든 공간과 업무방식도 개방,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며 이 같은 발상을 현실화한 게 바로 NH디지털혁신캠퍼스”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창업·육성, 선순환 지원체계 구축
농협은행은 타 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이를 더욱 확대하는 차원에서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개소했다. 33개의 혁신 기업을 디지털챌린지 1기로 선정하고, 이미 다양한 협업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 디지털 연구·개발 총괄조직인 디지털R&D센터에서는 농협은행 오픈API의 독보적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추가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1기로 선정된 기업 수는 33개로 금융권 최다 수준이며, 200억원 규모 디지털 혁신펀드에서 최우선 투자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앞으로 실질적인 성장지원을 받게 된다.
농협은 전 계열사에 걸쳐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중심으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디지털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내부 비즈니스프로세스도 인공지능 기반 RPA, 챗봇 확대적용 등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디지털혁신캠퍼스를 시작으로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스마트데스크·클라우드·AI 기반 스마트오피스 및 애자일조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혁신캠퍼스에는 20여명의 디지털전략부 직원과 33개 스타트업, 13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한다. 모든 공간은 수평적 협업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최근 이대훈 행장이 별도 집무실인 '디지털 콕핏(조종석)'을 꾸렸다. 매주 1회 양재동으로 행장이 직접 출근한다.
◇디지털 콕핏, 디지털 혁신은 결국 사람
지난 6월부터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디지털 콕핏이라는 전용 집무실이 마련됐다.
행장이 직접 디지털기술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디지털금융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스타트업과 자유로운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디지털 혁신전략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 행장은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디지털 전문인력 확보와 내부 직원의 디지털역량 강화가 은행 경쟁력 일순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캠퍼스 개소와 함께 농협은행은 NH 디-트랜스포머, 디지털 IT 파워리더 등 농협은행의 특화된 디지털 인력 육성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분석과정, 동국대학교 블록체인 전문과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교육과정 등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전문인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은행, 생명, 증권, 손해보험 등 5000여개 전국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사업도 혁신캠퍼스가 마중물이 돼 추진된다. 제품과 서비스 홍보, 사업화 지원을 위한 핫라인도 운영한다. 액셀러레이팅, 인큐베이션, 직접 투자를 병행한다.
입주 기업에 초기 자금 3000만원의 시드펀딩을 제공하고, 졸업심사를 통과하면 1억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성공을 돕기 위해 '오피스 아워' 제도를 도입한다. 경영·전략·기술·마케팅·디자인·투자 등 사업 전반에 필요한 전문가를 연계해 주고, 사업 진단과 개선을 돕는다. 스타트업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설명회(IR)와 투자자 네트워킹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대훈 행장은 “농협금융 디지털 컨트롤타워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유니콘으로 육성하고, 이들 기업에 있는 혁신 DNA를 농협에 이식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