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모든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버금가는 인터넷은행을 내재화해 디지털 금융지주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인터넷은행 '올원뱅크'를 올해 말께 출범시킨다. 현재 NH농협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최근 농협은행 내부에서 분사를 위한 세부 검토에 착수했다. 10월까지 별도의 조직을 꾸리고, 11월께 이사회 의결을 거쳐 연말께 '올원뱅크'를 분사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원뱅크이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마련해 농협은행에서 분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NH농협카드에 이은 두 번째 사내 분사 기업이 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고객에게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집적, 농협은행 내 인터넷전문은행을 별도로 설립하려 한다”면서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맞는 시스템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 올원뱅크를 분사해서 독립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농협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저울질해 왔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검토했지만 모두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원뱅크가 별도의 회사로 출범하면 농협 DNA를 담은 다양한 금융 채널과 상품을 비대면과 융합하고, 풀뱅킹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통합한다. 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올원뱅크를 통해 테스트하고, 모든 농협 계열사와 연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간편결제는 물론 스마트뱅킹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올원뱅크에 탑재한다.
농협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연계 서비스도 강화한다. NH선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계열사 상품과 특화 서비스를 올원뱅크에 대거 탑재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올원뱅크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도 추진한다. 출범을 전후로 올원뱅크 베트남 서비스, QR결제 서비스 등 해외 현지 서비스도 연동한다.
특히 농협이 유통 부문은 물론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제3 인터넷전문은행 때 시도한 다양한 시너지를 모두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은행은 현재 분사에 앞서 올원뱅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도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뱅킹 서비스와 올원 챗봇을 도입했고, 4차 산업혁명 대응 신규 서비스도 발굴하고 있다.
올원뱅크는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플랫폼이다. 24시간 365일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잠들지 않는 은행'이 모토다. 현재 가입자 250만명을 넘어섰고, 실이용자 비중은 75%에 이른다. 월간 방문자 수는 635만명, 올원뱅크를 통해 오가는 돈만 5조3000억원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원뱅크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지주사 협의도 필요한 사안이어서 세부 추진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자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고, 조직 출범과 세부 규정 마련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