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2년 동안 3600만명이 약 2조2000억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계적으로 보장성을 강화, 2022년까지 보장률 70% 달성을 제시했다. 막대한 재원이 요구됨에 따라 건보 재정과 병원 수익 악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2일 문 대통령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 2주년 성과 보고회'에서 “임기 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기준으로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구현하는 핵심 정책이다.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검사나 선택진료제, 2·3인실 입원료 등 환자가 부담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게 골자다.
시행 2년 동안 약 3600만명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 노인, 아동 등 의료 취약 계층의 본인 부담률 인하로 의료비 약 8000억원이 경감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부터 간염, 간경화, 지방간, 췌장염 등 상복부 질환의 초음파 보험 적용으로 환자 의료비 부담이 기존 16만원에서 6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뇌·뇌혈관 MRI 검사까지 보험이 적용돼 66만원이던 의료비가 18만원까지 떨어졌다.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던 비급여 진료·검사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금이 약 1조4000억원 줄었다.
항암제·희소질환 치료제 등 421개 항목은 건보가 적용됐다. 중증환자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면서 시행 전과 비교해 최대 절반에서 25% 수준까지 부담이 감소했다. 또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건보 보장률은 2016년 63.4%에서 지난해 68.8%까지 늘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보장성 강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확대, 임기 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기준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건보와 병원비 걱정 없는 포용국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보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 수준으로 당장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70%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면서 “2022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대로 추진해 나가면 국민 건강을 보장하면서 의료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동시에 건보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의 추진 계획에 따라 하반기부터 전립샘·자궁 초음파, 흉부·복부 MRI가 급여화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척추 MRI, 흉부·심장 초음파, 상급병실 1인실 제한적 보험이 적용된다. 2022년에는 안·이비인후과 질환까지 건보가 적용된다. 필수적 비급여는 모두 건보를 적용한다. 요양병원 불필요 입원 방지, 사무장병원 근절 등 지출 효율화와 국고 지원 규모 확대 등으로 2022년 말 누적 흑자 10조원을 유지, 건보 재정 건전성도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건보 재정 건전성 정책에도 불안은 지속된다. 건보 적용 범위가 대폭 늘면서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027년이면 약 18조원 적립된 건보 누적금조차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또 환자 본인 부담이 줄면서 대형 병원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의료 쇼핑'이 만연하고, 의료전달 체계의 왜곡이 심각해진다는 주장이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환자 본인 부담금이 줄어들어 의료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와 보험료 인상이 지속 제기되고,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도 심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에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환자 등 정책 수혜자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부처와 보건의료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