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국산화, 다시 시작하자]日 수출 규제 계기 국면 전환…"전·후방 기업 협력 절실"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시작되자 그동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소재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난도가 높은 첨단 소재 특성상 단기에 기술력을 갖추기 쉽지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산화 필요성을 체감하면서 전·후방 기업이 힘을 합쳐 주요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 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일본이 독과점한 분야를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핵심 소재에 대해 업계에서 국산화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왔으나 정부가 나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첨단 소재 현황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독과점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재산업이 발달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소재산업 현황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고 어떤 소재를 얼만큼 사용하느냐가 기업 영업기밀과 직결해 파악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사안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가 된 품목을 비롯해 문제 가능성이 있는 분야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정 수준 조사가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소재산업 육성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거나 새로운 지원이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외산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매년 1조원을 투입해 국산 기술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드러나지 않은 취약 분야가 드러날 수 있어 취약한 국내 소재 산업 경쟁력을 보강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우선 현황 파악에 분주하다.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된 소재의 세부 사양을 파악하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얼마나 사업에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는데 우선 주목하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와 공급사를 파악하고 대체할 경우 최종 제품 성능과 품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준비하던 다수의 주요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에 관련 국내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과 연구개발해왔지만 국내 기업을 전략적으로 포함시켜 국산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장비기업이 전방기업과 함께 국산화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 디스플레이 장비는 약 70%까지 국산화했다”며 “수율 저하 등 문제로 전방기업이 쉽게 국산 소재로 대체하기 힘들지만 의지를 갖고 지속 협업하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