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출장 계획으로 불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실장과 홍 부총리는 이날 정오쯤 서울시내 모처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조치에 따른 각 기업의 상황을 청취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김 실장이 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연락해 성사됐다. 5대그룹 총수를 모두 만날 계획이었지만 신동빈 회장은 일본 계열사 및 현지 투자자들과 미팅 일정을 소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국 시간이 미뤄지면서 간담회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김 실장과 홍 부총리는 일본의 보복 조치로 충격에 빠진 산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정부 대응방안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뒀다. 또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회동에 앞서 사전 의제 조율 등 의견 수렴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 주제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의견 청취가 주를 이뤘다”라며 “정책실장이 교체된 이후 첫 만남이었던 만큼 사실상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 내용은 일체 공개 하지 않았다. 기업들의 일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주무부처 대응을 적극 뒷받침하면서도 기업들과 직접 만나는 '물밑 접촉'으로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주무부처에 맡기며 간접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강대강 맞대응으로 선회했다. 지난 4일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일본의 이같은 규제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외교적 대응을 취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은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짧게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인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회로를 식각할 때 사용하는 '에칭 가스',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OLED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총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폐지했다. 우리 기업은 수출 계약마다 매번 심사를 받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 수개월이상 심사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