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이 부품'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바로 고해상도 화소를 형성하는데 필수 부품인 파인메탈마스크(FMM)다. 종이보다 얇은 금속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크기 구멍이 수없이 뚫려있는데 구멍의 모양, 각도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400~500℃에 달하는 고온 공정을 견뎌야 하는 만큼 열이 가해졌을 때 마스크가 늘어나거나 처져서도 안 된다. 플렉시블 OLED가 상용화된 후 수 년 동안 FMM을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꾸준하지만 아직도 마땅한 대안이 없을 정도다.
FMM은 철저히 일본에 의존하는 대표 핵심 부품이다. FMM은 철과 니켈을 합금한 인바(Invar) 소재를 사용한다. 열팽창계수(CTE)가 가장 낮아 고온에서 유기물을 증착하는 OLED 생산 공정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중소형 플렉시블 OLED에 가장 적합한 수퍼 인바를 제작하는 제조사는 일본 히타치메탈이다. 히타치메탈이 합금한 수퍼 인바를 일본 DNP가 받아서 FMM을 제작한다. 특히 두께가 2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낮은 FMM 제작 기술을 보유해 이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히타치메탈-DNP와 20㎛ 이하 두께의 FMM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DNP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패널사에도 FMM을 공급하지만 삼성에 공급하는 제품보다 기술 경쟁력이 덜한 30㎛ 수준의 더 두꺼운 제품을 공급한다. FMM이 두꺼워지면 고해상도를 구현하는데 불리하다.
국내에서는 DNP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여러 중소기업이 수 년째 도전을 잇고 있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 티지오테크, 필옵틱스 등이 FMM을 개발하고 있다. DNP가 사용한 압연·식각 방식이 아닌 전기용해로 기판을 도금해 박판을 만드는 전주도금(Electroforming)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APS홀딩스와 AP시스템은 레이저로 마스크 구멍을 형성하는 기술과 관련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FMM 개발사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FMM을 국산화해도 실제 채택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자칫하면 기존 공급사인 DNP가 물량을 줄여버리는 등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수요기업이 국산화 프로젝트를 쉬쉬하는 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