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상하이거래소는 커촹반(科創板)의 첫 상장 기념식을 오는 22일 거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커촹반은 벤처기업 전문 거래 시장이다. 2009년 선전거래소에 개설된 촹예반(創業板)과 유사하다. 이른바 차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의 거래 규모가 한국 코스닥의 10배 정도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래 시장이 추가로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 수입박람회 개막연설에서 커촹반을 제안했다. 올해 1월 관련 입법예고가 이뤄졌다. 곧바로 상장 신청을 접수한 뒤 6월 13일 커촹반이 정식 설립됐다. 촹예반이 1998년부터 무려 11년 동안 검토를 거쳐 개설된 것과 비교하면 커촹반은 겨우 8개월 만에 개설된 셈이다.
이처럼 신속하게 커촹반을 개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2014년 9월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을 선언하면서 창업 열풍이 크게 일어났다. 2015년 444만개, 2016년 553만개, 2017년 607만개 기업이 생겨나더니 2018년에는 무려 670만개 기업이 한 해 동안 문을 열었다. 하루에 1만8000개 이상 기업이 생긴 꼴이다.
이 같은 창업 열풍 속에서 중국 정부는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15년 1월 국가신흥산업창업투자인도펀드 400억위안과 9월 국가중소기업발전펀드 600억위안 등 1000억위안(약 17조원) 상당의 모태펀드를 조성했다.
이 자금은 다시 민간 자금과 더해져 3배 정도로 레버리지돼 벤처투자 시장에 공급됐다. 2014년 신규 벤처캐피털(VC)펀드가 258개 1169억위안이 결성된 것과 비교하면 2015년에는 597개 1996억위안, 2016년에는 636개 3581억위안, 2017년에는 895개 3476억위안 등 신규 펀드 수량과 금액이 2014년에 비해 이후 2~3배 증가했다.
이러한 자금은 중국 벤처 창업 활성화로 이어졌다. 2014년 신규 유니콘이 7개 발생한 것에 비해 2015~2018년에 매년 20~30개의 신규 유니콘이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거대 자금 투입은 부작용도 불러들였다. 중국 VC펀드는 '3+2+1' 제도를 따른다. 3년은 투자하고 2년은 회수하고 안 되면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2015~2017년에 결성된 총 6641억위안(약 112조원) VC펀드 회수 기간이 2019~2021년 한 번에 겹쳐지게 되면서 회수가 어려워지게 됐다. 회수가 안 되면서 새로운 펀드 조성도 어려워지는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은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주식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업공개(IPO)가 지난해부터 줄고 있다. 정부에서는 신규 정책 모태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있어 VC투자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2019년부터 2~3년 동안 중국 VC투자업계는 엄청난 자금 경색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최근 칭화대 산하 창업연구센터가 발표한 VC투자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신규 벤처투자펀드 수가 지난해 대비 91.44% 감소했다. VC투자 금액도 지난해 대비 77.9% 하락했다. 자금 경색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VC투자업계의 자금 경색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커촹반을 서둘러 개설했다. 그러나 커촹반도 활성화되기까지는 2~3년 시간이 필요하다. IPO가 VC펀드 퇴출 시장의 약 30~40%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가 한국 VC의 중국 시장 진출 적기다.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중국 VC투자 시장에 대체로 자금이 풍부한 한국 VC투자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현지 우량 스타트업을 싼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 중국에는 유니콘 기업이 매년 20~30개 탄생한다. 우리 VC가 중국에 진출해 제2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유니콘 기업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국 벤처기업에도 중국 진출 적기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유니콘 기업이 되기가 너무 어렵다. 한국에서 큰 투자를 받아 몸집을 키운 뒤 동종의 중국 기업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합병(M&A)하는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글로벌 유니콘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고영화 SV인베스트먼트 고문·베이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yhkochi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