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원고에서 디자인 싱킹으로 국내 산업 혁신을 이끈 두산그룹 형원준 사장의 사례를 공유했다. 두산그룹을 예로 들면 굴착기, 지게차, 보일러, 로봇, 드론 등 이제는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설계에 디자인 싱킹이 애자일과 함께 새로운 일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산그룹은 얼마 전 2020년 입주를 앞두고 공사하고 있는 분당 신사옥 디자인을 위해서도 최고경영진과 젊은 사원들이 참여하는 디자인 싱킹 워크숍을 여러 차례 가졌다. 그 결과로 24층 3300㎡의 공간에는 세계에서 주목받을 정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 내에서 디자인 싱킹은 지위 고하와 세대 차이를 극복해 협업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두산WOW(Way of Working)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싱킹과 애자일 방법론을 결합한 두산그룹 고유의 인화 중심 문화와 조화를 이룬 방법론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앞에서 다룬 제조·생산 기반의 산업 관점 외에도 최근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싱킹이 활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회계, 재무, 경영 컨설팅을 기반으로 하는 삼정KPMG의 스마트산업 리더 박문구 전무를 통해 앞에서 한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 보았다. 그는 최근 떠오르는 스마트시티를 사례로 들면서 컨설턴트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을 얘기했다. 그의 답변을 다음과 같이 종합 정리했다.
◇현재는 스마트X 시대다. X란 도시, 산업단지, 인프라, 농장(팜), 공장(팩토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새로운 변화의 주체이자 대상 단위를 의미한다. 지구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혹성이 충돌한 것처럼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기존 세계가 급변하지 않을 수 없게끔 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우리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듯 기존 생태계의 영역별 구성 요소, 참여자 간 거래 관계, 역학 구조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급격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 속에서 디자인 싱킹은 새로운 대상 설계에 필요한 본질과 성장을 위한 철학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새로운 거래 관계, 역학 구조, 성장 철학 설계가 디자인 싱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과 방문한 외지인 및 민간기업·스타트업·정부·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새로운 거래 관계를 만들고, 도시 생태계 참여자들의 역학 구조를 합의하는 도시(지역) 성장과 더불어 경제 발전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싱킹의 속성이자 역할은 설계하는 세계에 속한 생태계 참여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디자인 싱킹은 스마트시티라는 대상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목적을 추구함을 충분히 감안하고 오히려 그 이기심을 기반으로 역동성을 유지하며 전체 생태계의 선순환을 증폭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즉 도시 속 경제 주체(시민,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의 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평가하고 새로이 디자인하는 것이다.
'필요한 디지털 신기술과 전문가는 모였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시장이 조성되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기술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명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는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디자인 싱킹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혁신 시대다. 과연 우리가 디자인 싱킹을 통해 지키고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디자인 싱킹을 통해 어떻게 스마트시티를 성장시켜 갈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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