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경쟁은 소재 경쟁”이라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기기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첨단 소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올해 '나노코리아 2019'도 '나노소재 기술'을 주제로 삼았다. 나노코리아는 최신 나노 분야 연구 성과와 다양한 첨단 응용제품을 선보이는 국제 행사로, 세계 3대 나노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7월 3일부터 3일간 경기도 킨텍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나노코리아 2019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2D 신소재부터 5G 시대 맞춤 소재까지, 최신 기술 총망라한 나노코리아 2019
나노코리아 2019는 기조강연, 산업화 세션, 국제 심포지엄, 나노 융합 전시회 등 최신 나노 기술과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조망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다양한 행사로 진행됐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홍순국 사장은 소재부터 부품, 공법, 장비, 기반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LG전자의 소재·생산기술원을 사례로 국내 나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을 제언했다. 그는 한국의 나노 기술 경쟁력이 세계 4위 수준이지만, R&D와 사업화 간의 간극이 커 전체 시장점유율은 7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사장은 기술 개발부터 실제 상용화까지 평균 8.1년이 소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기술과 관련된 기업, 협회, 각종 기관이 모두 모여 유기적으로 연결된 에코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뒤이어 유리 고고치 미국 드렉셀대 재료과학및공학과 교수가 '미래 소재와 기술을 위한 2D 빌딩 블록'을 주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2D 신소재에 대해 발표했다. 고고치 교수는 지난 2011년 2D 신소재인 '맥신(MXenes)'을 최초로 합성했다. 2D 소재란 그래핀처럼 원자들이 단일 원자층 두께로 평면에서 결정구조를 이루는 물질을 말한다. 다양한 2D 소재를 레고 블럭처럼 조립하거나 1차원 소재인 나노 입자와 결합하면 흥미로운 특성을 가진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다. 고고치 교수는 맥신을 응용해 스프레이로 뿌리는 안테나, 배터리, 전자파 차단 소재 등을 개발해 왔다. 그는 맥신 합성 방법과 다른 물질들 간의 조합, 응용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2D 신소재의 다양한 응용 가능성과 새로운 소재 연구를 위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5G 스마트폰이 공식 출시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5G 시대에 발맞춰 나노코리아 2019에서도 '5G 시대를 위한 나노소재 솔루션'을 주제로 한 산업화 세션이 마련되었다. 5G는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무선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신호 손실이 커서 신호 투과율이 높은 소재가 필요하다. 5G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신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산업화 세션에서는 이러한 필요에 부응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5G 시대를 위한 저신호 손실, 고방열, 저유전(底誘電) 나노소재 기술과 관련 소재 부품을 조망하는 강연이 열렸다.
◇나노기술 전문가와 일반인 누구나 참여
나노코리아 2019에서는 세계 나노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심포지엄도 함께 열렸다. '나노 소재, 미래를 여는 나노기술의 기본 구성요소'를 주제로 나노입자의 합성과 응용, 하이브리드 나노 구조 재료, 나노 생명공학, 나노 의학 등 12개 주요 나노기술 분야에서 연사 151명의 초청 강연을 포함해 총 24개국 1080편의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튜토리얼 세션'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올해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반 신나노소재 연구'를 주제로 대학원생들의 나노기술 응용방향에 대한 전략적 관심을 고취하고자 했다.
나노기술에 관심 있는 청소년과 과학교사, 일반인을 위한 '퍼블릭 세션'도 열렸다. '나의 미래를 열어줄 나노기술' '10억분의 1의 세계 나노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나노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 교육과 공개 강연이 진행됐다. 금 나노입자 제작 및 유해 물질 탐지, 나노종이 제작 및 전력 측정,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표면 나노구조 관찰 등의 실험 교육도 열렸다. 학생들이 나노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나노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자리였다.
'나노융합전시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과 미국, 중국, 일본 등 12개국 436개 기업이 참여해 총 650개 부스에서 나노융합기술과 응용 제품을 전시했다. '미래를 여는 나노'를 주제로 나노기술을 통해 윤택해지는 삶을 테마로 한 나노융합 R&D 성과 홍보관도 마련돼 나노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과 미래 사회를 엿볼 수 있었다.
나노코리아는 다양한 분야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나노기술의 특성을 살려 2008년부터 협력 전시회를 발굴해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마이크로나노시스템, 레이저, 첨단 세라믹, 스마트 센서, 접착·코팅·필름 등 6개 미래 산업 분야로 구성된 대규모 국제 신기술 융합 전시회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다양한 나노분야 전시가 진행된 가운데,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 산업계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나노 신소재, 전자차폐·방열, 나노인쇄전자'의 3대 분야 기술과 응용제품이 큰 눈길을 끌었다. 나노 신소재로는 나노셀룰로오스, 그래핀, 은나노와이어, 퀀텀닷(양자점)이 소개됐다. 전자파 차폐 분야에서는 흡수·반사·고주파·박막 차폐 등 5G 이동통신 및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흡수할 수 있는 기술과 소재·부품이 전시됐다. 이와 함께 날로 얇아지고 있는 모바일 및 전자제품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방열 기술과 소재도 공개됐다.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잉크와 잉크젯 등 인쇄 전자 기술도 전시됐다.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 결과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로 17회를 맞았던 나노코리아 2019는 지난해보다 규모와 방문객이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의 전시 결과를 기록했다. 최신 나노기술의 성과를 만나고, 미래 산업에서 나노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첨단 나노기술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는 세계 나노축제 나노코리아는 내년 7월 1~3일 '나노코리아 2020'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