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소재부품 국산화, 다시 시작하자 <5>스마트폰·IT기기…하이엔드 부품 대부분 일본산

[사진=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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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노트북 PC 등 각종 모바일 및 IT 기기 곳곳에 일본 부품이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부품들은 스마트폰에서 통신, 카메라 기능을 조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부품들이다. 게다가 최첨단 IT 기기에는 일본 제품을 쓸 수밖에 없을 만큼 고도화한 기술을 자랑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일본 수출 규제 대상이 모바일 기기 핵심 부품 업계로 번질 때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충격을 완충할 수 있을 만큼의 국내 모바일 부품 경쟁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부품이 들어있다. 일본 업체들은 듀플렉서, 표면 음향파(SAW:Surface Acoustic Wave) 필터와 파워앰프, DC(직류)-DC 컨버터, 통신 케이블, 전자 나침반, 이미지 센서와 스페이서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듀플렉서는 스마트폰에서 하나의 안테나로도 수신 주파수와 송신 주파수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SAW 필터는 전화기의 송수신 신호 중 필요한 주파수를 걸러내고 파워앰프는 강력한 증폭장치로 IT 기기 스피커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제품들 모두 일본이 70% 이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필수 요소가 된 카메라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 센서와 렌즈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숨어있다.

[사진=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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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페이서는 카메라를 구성하는 렌즈 간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수 제품이다. 온도에 변화가 민감하고 부식에 강해서 렌즈 모듈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기모토가 글로벌 시장에서 98%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에 쓰이는 렌즈용 수지도 일본이 98%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를 보호하기 위한 블랙쉴드테이프 분야에서도 일본 다츠다 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기업마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모바일 부품에서 강세를 띄는 일본 기업은 무라타 제작소, 히타치, 교세라, 히로세 등이다. 이들은 백화점 식으로 다양한 부품을 소개하고 파는 것이 특징이다. 터치패널 필수 부품인 인화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생산하는 닛토덴코는 필름 외 1만3000여개 부품으로 관련 시장에서 고객사를 유혹한다.

일본 부품 업체들은 제품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기술력도 월등하다. 업계에서는 '플래그십 제품에는 일본 부품이 들어가고 보급형 제품에는 국내나 중화권 제품을 넣는다'는 게 공식처럼 통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모바일 기기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 기업들은 고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며 “제품 질과 생산 능력을 갖춘 일본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모바일 기기용 부품도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보급형 제품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 생산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본 제품이 없으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 기업들이 스마트폰 자체를 생산할 수 없을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본이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한국이 완성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번 수출 규제처럼 급작스러운 공급 마비를 대비해, 충격을 완충할 수 있을만한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부품 생태계를 갖추려면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품 사업은 '부침'이 심한 사업 분야로 알려져 있다. 시장 트렌드에 따라 고객사 요구 사항이 바뀌어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회사들은 한번 시작하면 성공할 때까지 지속하는 연구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 이러한 불확실성마저 극복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홍원빈 포스텍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부품 설계를 못 한다기보다는 부침이 심한 부품들은 몇 년 연구하다가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본 부품 회사들을 보면 10~20명 직원들이 70~80년 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간다”고 전했다.

아울러 부품 업계에서도 정부의 장기적인 소재부품 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을 도모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불확실한 사업 분야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데도 국산 기업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