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은 IT 기기 터치패널에 반드시 들어가는 소재다. 이 필름은 일본 닛토덴코라는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ITO 패널 대부분에 이 회사 제품이 공급될 정도로 신뢰성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들도 도전하고 있지만 이미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ITO 필름은 터치스크린 구현에 필수적이다. 이 필름은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을 지닌 소재다. 사람 신체에 흐르는 정전류를 감지해서 모바일 기기 터치 패널이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스플레이 모듈 위에 2겹의 ITO 필름을 올리고 윈도 글래스를 씌워서 터치 패널을 완성한다.
화학 반응을 활용하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쓰거나 박막에 쓰일 물질을 고르게 도포하는 스퍼터링 공법으로 ITO 필름을 패널 위에 씌운다.
ITO 필름은 터치 패널 가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값이 비싸지만, 터치감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나 스마트폰에 많이 적용된다.
이 필름 공급은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ITO 필름은 '전량' 일본에서 들여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닛토덴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실제 닛토덴코는 2016년 560억엔(5657억원) 규모 ITO 필름 시장에서 324억엔(3273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58%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닛토덴코가 소위 '니치 탑(niche top)' 전략으로 ITO 필름 시장을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성장하는 틈새(니치) 시장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격차를 벌린 기술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도 ITO 필름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공급하기에는 닛토덴코 장벽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실제 LG화학은 수년 간 ITO 필름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모듈이 닛토덴코 사양에 맞춰진 모듈로 구성됐다”며 “닛토덴코와 다른 업체 간 기술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화권 국가 업체에서 ITO 필름 개발을 하면서 보급형 스마트폰 제품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업 서플라이'에서 벗어나 기술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