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만년 적자 對日 무역..."불매운동 영향 미미"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이 매년 대규모 대일(對日) 무역 적자를 보는 데다 일방적 경제보복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 일로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는 240억7517만달러(약 28조 3437억원)로 집계됐다.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작년까지 누적된 적자는 무려 6046억달러(약 708조원)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00억5543만달러(약 11조8403억)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200억달러 이상 손실을 낼 전망이다.

현재 대일 무역적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은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집적회로 등이다. 그동안 일본 기술력 및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작년 주요 적자 품목은 원자로·보일러·기계류(85억7000만달러), 전기기기·녹음기·재생기(43억3000만달러), 광학기기·정밀기기(35억7000만달러) 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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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번에 수출 신고 절차를 강화한 주요 소재 의존도도 상당하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각각 91.9%, 43.9%, 93.7%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가 주요 소재 국산화 및 수입 채널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단기간에 일본 기술력을 대체할 상품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대일 무역적자 상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불매운동 대상이 식음료, 패션, 여행 등 일반소비자(B2C) 품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자국이 아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공장을 통해 우리나라로 상품을 수출하면, 대일 무역 실적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주요 불매운동 품목인 음료·주류·식초와 담배는 작년 각각 9193만달러(약 1082억원), 2억9828만달러(약 3512억원)의 대일 무역 흑자를 냈다. 의류와 그 부속품도 4082만달러(약 48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유통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당장 대일 무역수지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3국을 거친 수입된 일본 기업 상품이 통계에 반영된다고 해도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