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병동에서 만난 박병준 데카사이트 대표는 갓 폐암 수술을 집도한 후였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에 앞서 폐암 수술을 2000건 넘게 집도한 중앙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2000명 이상 환자를 살려왔고 앞으로 계속 수술한다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지만, 어느 순간 현대 의학기술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는 실제 환자 몸 안에 있는 장기나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개복 수술부터 강행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간혹 폐암으로 의심되는 환자 폐를 열어보면 암이 아닌 염증인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환자는 암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했지만 의사로서 종양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재건된 의료영상을 환자 신체와 동기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술시 몸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바늘과 종양의 위치를 의사에게 직접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기술이다.
의사는 시스템을 통해 신체 내부 모습과 몸 안으로 들어간 바늘의 위치를 투시하듯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수술 없이는 진단이 불가능했던 1㎝ 미만 암 덩어리에서 조직검사가 가능하다”면서 “허리통증 주사치료를 방사선피폭이 없는 시술로 대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수술은 CT나 MRI 같은 의료영상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고 있어 마치 지도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 같지만 데카사이트 기술은 의료기구 위치를 3차원 공간 안에서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내비게이션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카사이트의 기술은 수술을 시행할 병변과 병변 주변의 주의가 필요한 혈관, 기관지 등의 해부학적 구조를 식별할 수 있다. 회사는 관련 특허 3건을 등록하고, 3건을 출원 중이다.
데카사이트는 0.5㎜ 이내 오차범위로 위치 정보를 기록한다. 박 대표는 정확도를 높이는데 공을 들였다.
박 대표는 “국내에는 AR전문가가 드물어 전문가를 찾아 헤맸다”며 “대구에 사는 AR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10달간 10번 넘게 찾아가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데카사이트를 설립했다. 이후 전문의 2명과 다년간 경력을 가진 석사 출신 AR전문 개발자들과 함께 기술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작년 3D 프린터로 제작된 티타늄 흉곽을 국내 최초, 세계에서 6번째로 이식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기술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의사이자 발명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올해 국내 2번째 티타늄 흉곽 이식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데카사이트의 기술로 수술 정확도를 높일뿐 아니라 국민 건강 향상, 의료사고 및 분쟁 감소, 자동화 로봇수술 같은 미래 외과학 개발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면서 “한국이 의료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