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예술계는 발전하는 감각효과에 따른 내면의 진정성을 요구받으며 이를 위한 연기와 메시지의 본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무성은 극 자체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담아내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드라마 녹두꽃 종영을 맞이한 배우 최무성과 만났다. 이날 최무성은 드라마 녹두꽃 과 캐릭터 전봉준이 전하는 메시지와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한 자신만의 노력에 대해 얘기했다.
“녹두꽃 속 전봉준, 스태프·배우 모두의 노력 속에서 탄생”
최무성은 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 역으로 활약했다. 그는 사실상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역할로, 극 자체의 메시지인 '인간적인 삶을 위한 민초들의 노력'을 확실히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무성은 드라마 '녹두꽃'의 전봉준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작가·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모든 배우의 노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실질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하나씩 이야기했다.
최무성은 먼저 “드라마 녹두꽃은 백이강-백이현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 속 민초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전봉준은 민초와 함께하면서 각 캐릭터가 갖는 시대적 아픔을 부각시키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정치·사상적 색깔 없이 민초와 개혁을 함께 부르짖으면서도 인간적인 도리를 주장하는 전봉준 캐릭터 성격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게감과 서사성 위해 대사처리 가장 고심”
최무성표 '녹두꽃' 전봉준은 역사 교과서에 서술되는 위인에 국한되기보다는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인됐다. 백이강(조정석 분)-백이현(윤시윤 분)과의 관계 설정에서는 물론 백성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부터 연설 장면까지 전반적인 모습이 현재까지 통용될 만한 인간적인 가치를 묵직하게 전하며 시청자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는 일반 정극 캐릭터 표현과는 사뭇 다르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가상인물 중심의 정극과 달리 사극은 실제 인물에 근거한 캐릭터 숙지와 대사처리 등 배우의 본질적 역량에 바탕을 두고 실제감을 끌어내야 한다.
드라마 '녹두꽃'에서 최무성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여러 부분 가운데서도 '대사처리'를 꼽았다.
최무성은 “응답하라 1988·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의 뚝심 있는 캐릭터를 보신 작가님께서 권유해 전봉준 캐릭터를 수락했지만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부담은 사실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대사처리였다. 외적인 부분은 몰입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사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극 자체가 갖는 무게감과 서사성 자체를 좌우할 수 있기에 상당히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위인 이야기가 아닌 보편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지역 색깔을 강조하면 표현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자칫 진정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 작가님도 이를 고려하고 표준어로 대사처리를 하도록 하셨다”며 “캐릭터 자체가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동화돼야 하는 연설장면처럼 딱딱하고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소신과 책임 다하는 전봉준의 메시지, 현대인에게도 의미 있어”
'녹두꽃' 속 최무성은 드라마에서 강조되는 '인간 가치를 향한 민초의 움직임'을 함께하는 대표 캐릭터 전봉준으로서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친일파 변절 캐릭터인 백이현(윤시윤 분)과의 대화 중 죽음에 초연한 전봉준의 대사를 가장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최무성은 “사실 백이강 모습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 조정석과 장면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윤시윤이 연기한 백이현 캐릭터와의 대척 관계 속 대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가 죽어야 이강같은 의병이 투지가 산다'라는 말은 죽음의 본능을 이기고 자신의 소신에 책임을 지는 전봉준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신분 한계를 지닌 엘리트 청년인 백이현과의 대립 구도에서 나온 말이지만, 현재 대중의 삶 속에서도 소신과 책임을 다하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성실한 것이 중요”
인터뷰 간 최무성은 드라마 '녹두꽃' 전봉준 캐릭터에 애정과 노력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 기본기와 본질을 강조하는 그의 배우 관념과 자세는 단순히 연기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가치를 느끼게 했다.
최무성은 “응답하라 1988 이후 꾸준한 매체 연기를 펼치면서도 틈틈이 연극 연출을 하고 있다. 제 바탕이었던 만큼 연극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고 자극받고 반성하며 또 노력하면서 자신을 다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제 모습처럼 연극연출 간에도 기본기를 많이 강조한다. 관객은 연기자를 역할로써 한 번 보고 마는 것이기에, 캐릭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특수성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이든 연극배우 출신이든 기본기가 잘 된 연기자로서의 좋은 태도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무성은 “욕심보다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성실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녹두꽃'도, 곧 선보여질 영화 '뜨거운 피'나 '살아남은 아이'도 그런 관점에서 편향적 부분을 떠나 인간 내면의 깊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배우로서, 연출자로서 진정성을 전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