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8개 한국 기업 가운데 기업 가치 50억달러(약 6조원) 회사가 있다. 기성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 '크래프톤(옛 블루홀)'이다. 회사의 창업주는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맞고 있는 장병규 회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연쇄 창업가다.
장 회장은 크래프톤 이전에 이미 1997년에 네오위즈, 2005년에 검색엔진 퍼스트 스노우를 창업해 2006년에 매각하는 등 성공리에 창업한 유명인사다.
크래프톤은 '블루홀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2007년에 창업에 2011 대작 온라인게임 '테라'를 국내에 출시했고, 2018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지주회사 크래프톤 아래 블루홀 외 여러 개의 독립된 게임 개발 회사가 있다. 각 스튜디오의 다양한 개성을 대표하고 아우르기 위해 출범했다.
PC용 게임 전문 회사 블루홀 외에도 피닉스, 모바일게임 전문 개발 회사 딜루젼 스튜디오 등이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회사는 펍지(PUBG)로, '플레이어 언논스 배틀그라운드'라는 세계 대상으로 크게 성공한 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크래프톤이 성공시킨 게임으로는 2011년 블루홀이 개발한 PC용 또는 콘솔형 게임 테라, 2015년 지금의 PUBG로 개명한 블루홀 지노게임스 개발의 데빌리언, 2017년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성공으로 자회사 PUBG는 미국 위스콘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 뉴욕의 개발 스튜디오 '매드글로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국내의 경우 카카오게임즈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게임을 유통시키고 있다. 모바일에는 테라를 모바일화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 클래식으로 출시할 예정이고 PC에서는 블루홀이 개발한 에어를 카카오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대 게임 강국이다. 게임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게임 개발 업체에 3만5000여명, 게임 유통업계에 4만7000명이 넘는 인력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 산업으로, 무려 1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만 해도 6조7000억원에 이른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 수출 가운데 비중이 약 57%를 차지하는, 압도하는 효자산업이다.
우리나라 게임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6%이지만 PC와 모바일 게임 분야는 10%를 넘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라는 3강 체제에 신예 강자로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이 떠오르고 있다.
2017년 우리나라 게임 수출은 무려 80%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한·중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크래프톤의 2대 주주는 현재 중국 텐센트다. 이러한 자본 협력은 우리 게임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진출에 커다란 우호 환경을 형성했다. 지난해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 게임이 성공하기 전에 직원 임금을 2개월만 줄 수 있는 자금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벤처 경영이란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직업이라고 창업자 장병규 위원장은 말한다. 그는 창업은 실패가 더 많다고 충고하면서 '절박함'이 창업 성공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준비된 창업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창업가는 성장하면서 새로운 도전 역량을 쌓아 간다는 예가 크래프톤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