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단말기 IC 전환, 셀프주유소·LPG충전소 '방치'

결제단말기 IC 전환, 셀프주유소·LPG충전소 '방치'

내년 7월이면 전국 셀프주유소, LPG충전소 결제단말기 집적회로(IC) 전환 유예가 만료된다. 이미 전환 작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정부는 물론 협회 등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IC로 전환해야 하는 주유소 등도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 부정사용, 복제 피해 등 대형 보안사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4일 정부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2020년 7월부로 전국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결제단말기 IC 전환 유예기간이 만료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모든 마그네틱 결제단말기를 IC결제단말기로 바꿨지만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 결제단말기는 2년간 전환을 유예했다.

다른 결제단말기와 달리 주유소, 충전소 단말기는 교체비용이 1대당 1000만원가량 들어간다. 이 같은 부담 때문에 한국주유소협회 등이 금융당국에 2020년까지 신용카드 IC단말기 전환 유예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유예기간이 1년여도 남지 않았지만 IC 전환 추진은 개점휴업 상태다. 이미 전환 협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수조사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제기됐다.

한 밴사 관계자는 “IC단말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미 교체 작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주무부처가 손을 놓은 상태”라며 “주유소와 충전소 등이 또다시 IC 전환 유예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IC 전환 유예(간이등록)를 받은 단말기 모델만 109종에 이른다. 마그네틱 결제단말기를 여전히 사용 중인 곳도 12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모든 분야에 강제적으로 IC 전환을 완료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주유소와 충전소만큼은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와 상당수 셀프주유소에서는 여전히 마그네틱 결제기를 사용하고 있다. 간이 등록으로 카드 결제 정보가 저장되진 않지만, 마그네틱 결제에 따른 보안 취약이 여전히 대두된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는 점도 IC 전환을 더디게 하고 있다.

대부분 주유기에 임베디드된 형태이고 주유기 업체에서 별도로 공급한 단말기를 쓰고 있다. 여기에 자판기와 연결된 키오스크 등도 여전히 마그네틱 결제가 이뤄지고 있어 대형 보안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것조차 금융당국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등도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IC 전환 사업에 소극적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 협회 등이) 벌써 두 번이나 유예를 해줬는데, 이번에도 유예를 해주지 않겠냐”면서 “금융위원회가 우리 소관도 아니고, 과태료 일부를 그냥 내겠다는 가맹점주가 많다”고 설명했다.

수억원을 들여 단말기를 교체한 가맹점과의 역차별 논란도 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IC 전환 대행을 맡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간이등록 단말기의 등록기간 종료에 대해서 밴(VAN)사, 주유소협회 등을 통해 간이등록 단말기 사용 가맹점을 대상으로 안내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분기 단위로 간이등록 기간 만료 전에 정식 등록될 수 있도록 캠페인 등을 통해 전환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