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논란은 어디까지 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권 시절 과거 자립형사립고보다 자율성을 더 보장해 주면서 생겨났다. 우후죽순 나타나면서 중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을 겪고, 일반고 교육이 황폐화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났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만한 기본 자격을 갖췄는가를 평가하는 재지정 심사가 강화된 이유다. 교육청이 실질적인 감시기구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어지는 교육부 동의 절차는 교육청의 결정을 또 한 차례 감시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 자치 훼손이냐, 학교 자치 훼손이냐가 이어지는 이유다.
교육계는 학교 자치가 자리잡지 않은 문제를 지적한다. 교육 자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학교 자치를 강화해야 하지만, 대부분 학교가 자치를 내세우면서 흉내내기나 형식적인 차원에 그치고 있다. 학교 자치가 강화되고 지역 사회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때 이 같은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지역사회 핵심 거점이자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학교 자치가 화두가 된 역사는 오래되지 않는다. 1970년대에는 산업화 시대와 군사정권의 요구에 맞춰 획일적인 교육이 확대됐다. 지식과 정권의 목소리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 행정 조직이 비대해지기도 했다.
1980년대 말에 획일적인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 자율 중심 교육 개혁이 현실화됐다. 단위학교 책임 경영제, 학교 자율경영 등이 이 시기 나온 말이다. 교원 인사 자율정책 일환으로 초빙교원제도가, 교장 중 단독 학교 운영을 개혁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도화됐다. 이후 학교 혁신 성공 사례도 이어졌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까지 이어지면서 학교 자율운영이 학교 교육을 다양화하기 보다는 서열화 체제를 강화했다는 비판이 있다. 학교 자율운영 정책이 규제 완화 중심으로 추진된데다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은 것이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들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학교 구성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학생회, 학부모회 등에 대한 지위가 논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지면서 교육청이나 교육관계 기관에서는 적극적인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정책네트워크는 학교 민주주의나 학교 자치에 관한 토론회를 지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고 있다.
김용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는 보고서에서 “학교자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교사 자율의 사유화, 학교의 자치 남용 또는 오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교사 자율성과 학교자치 확대는 교사 간, 학교 간 격차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교 안에 튼튼한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교사들 사이의 전문성 격차를 완화하고, 나아가 전문성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접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