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정식 출범 2년여 만에 대주주로 등극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드디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의 한국카카오은행에 대한 주식 보유 한도 초과 보유 승인을 의결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별표에서 정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판단, 승인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미 대주주 등극을 위한 제반 준비를 마쳤다. 카카오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4160만주를 2080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출범 당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체결한 콜옵션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 절차와 지분 양도를 위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사회 결의 등 실무 절차만을 남겨 두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18%에서 34%(8840만주)로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하면 카카오보다 1주 모자란 8839만9999주를 보유, 2대 주주로 물러선다. 다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주식을 50% 이상 또는 5% 이하로 보유해야 하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나머지 34%의 지분 가운데 4%를 제외한 30%를 한국투자증권 또는 한국투자자산운용 등 계열사로 양도하는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카카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행을 소유한 산업 자본으로 등극하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출범 2년 만에 이룬 성과”라면서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미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 진출까지도 넘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전략 투자 목적 자회사 역시 보유하고 있다. 여타 금융 주력그룹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금융 전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 금융권에서 카카오뱅크의 약진을 경계하는 이유다.
다만 카카오의 안정적인 금융업 영위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가 추가로 요구된다. 지난해 9월 ICT업을 주력 기업의 은행 보유를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했지만 대주주 승인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공정거래법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법제처가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심사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령 해석을 한 이후에야 비로소 심사가 가능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