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S가 올해 '공공 소프트웨어(SW) 최대어'인 지방세 차세대 시스템 사업 수주 시 투찰 가능한 최저가를 제출, 업계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저가 입찰을 줄이기 위해 자정 노력을 해 온 공공 SW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기업마저 저가로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입찰 하한가를 적어도 95.0%까지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주 수주한 지방세 차세대 시스템 사업에서 입찰 가능한 최저 금액대를 제출, 가격점수에서 만점(10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공공 SW 사업은 발주 금액의 80.0%까지 투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억원 규모 사업 발주 시 기업이 제출 가능한 최저 금액은 80.0% 수준인 8000만원대다. 삼성SDS는 이번 지방세 차세대 사업에서 80.0%대를 제출했다. 반면에 경쟁사는 91.0%를 제출해 가격 평가에서 삼성SDS는 만점, 경쟁사는 8.9점을 각각 받았다. 공공 SW 입찰 시 1점 차가 당락을 좌우한다. 양사 간 기술점수 차이는 0.1점 차로 사실상 가격이 최종 수주 여부를 갈랐다.
업계는 삼성SDS의 저가 입찰 참여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삼성SDS는 대기업 참여 제한제 시행 6년 만에 대형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며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대기업이 공공 SW 시장에 복귀하면서 기술 경쟁을 촉발,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발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중소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기업이 속한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은 조합 차원에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가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저가 투찰을 자제해 온 분위기를 대기업이 무너뜨렸다고 보고 있다.
한병준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 SW 사업의 제값을 받기 위해 최근 수년간 업계가 함께 저가 입찰을 줄여서 평균 95.0% 수준까지 투찰률을 높였는데 삼성SDS가 한 번에 80.0% 최저가로 들어오면서 이제 입찰 시장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면서 “대기업도 저가로 투찰하는 마당에 누가 기술로 경쟁하려 하겠냐”며 성토했다. 한 이사장은 “이제 기업 규모를 떠나 다들 저가 입찰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삼성SDS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한편 업계 차원에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근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공공 SW 사업은 이번 지방세 차세대 외에 기획재정부 디브레인 차세대, 우체국 차세대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이 줄줄이 예고됐다. 지방세 차세대처럼 저가 입찰이 계속되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져 업계 공멸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예산 수립부터 입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예산이 삭감돼 SW 기업은 과업 범위 대비 적은 금액으로 사업을 수주한다”면서 “여기에 저가 입찰까지 더해지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하청 받는 중견·중소기업 모두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채 전무는 “지난 3년 동안의 공공 SW 평균 가격 낙찰금액은 발주 가격의 95.1% 수준이었다”면서 “적어도 95.0% 평균 수준까지 하한선을 높여야 저가 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