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학습효과

금강 공주보. [자료:환경부]
금강 공주보. [자료:환경부]

공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와 환경부의 인사 검증 7대 원칙 가운데 하나로 들어간 '4대강 유공자 배제'. 이를 이유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국·과에서 근무하면서 표창장이라도 받은 사례가 있는 공무원은 현 정부의 승진 심사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인물은 억울하지만 읍소할 곳이 없었고, 장관에게 찍히면 어디로 인사 조치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숨죽이고' 조용히 연명할 수밖에 없던 때였다. 이들이 밝힌 속내는 '공무원이라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공무원이 정부 정책 방향에 반기를 들 수 없는 것이 순리였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들어서면서 이때 얻은 학습효과 때문에 불안해 하는 부서가 있다. 지난해 2년 한시 1급 규모 조직으로 꾸려진 '4대강 조사·평가단'이다. 현 정부가 중요시 하는 4대강 재자연화 문제를 전담하는 곳으로, 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진보 정권이 천년만년 갈 것이 아니라면 불과 2년 뒤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이후 정국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보수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면 4대강 조사·평가단에 근무한 이력이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이라면 이런 속사정을 이해할 법도 하지만 '유능하니까' '전문가니까'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라며 몇몇 공무원의 희생(?)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정부도 중요하지만 정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의 마음도 헤아리고, 그동안의 '학습효과'가 되풀이되지 않게 되길 바란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