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5 총선 경쟁이 시작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친박' 논란에 당협위원장 교통정리까지 안 돼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에 필패한다는 위기감이 내부에서도 감돈다.
28일 한국당에 따르면 전체 당협 253곳 가운데 당협위원장이 없는 지역은 29곳에 달한다. 대부분 지난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 인적쇄신이 이뤄진 곳이다.
한국당은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채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선거가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협위원장 선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비어있는 지역을 채우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면서도 “(지금 선정하는 것이 공천 내정이라는) 부담이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당협위원장이 빈 지역은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외연 확대나 조직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지역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
한국당은 당 지지율이 20% 대를 넘지 못하는 가운데 지도부 '친박' 논란까지 겪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 김재원 의원을 임명했다. 당초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황영철 의원은 경선을 포기하며 공개적으로 “원내 지도부가 친박계를 앉히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에도 친박 유기준 의원을 선정했다.
비박계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해 2016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이 '친박'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사이 경쟁상대인 민주당은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민주당은 올해 5월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를 뽑는 '공천 룰'을 진작 확정했다. 현역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양한 이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역시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공천안을 만들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국당 초선 의원은 “처음부터 신정치혁신특위가 만든 안을 최고위에 올려서 의결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며 “특위에서 만든 공천 룰은 '참고용'”이라고 말했다. 공천 룰을 두고도 당내에선 '동상이몽'인 것이다.
민주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앞세워 총선 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양 원장은 최근 4대 기업(삼성·SK·현대차·LG) 산하 연구소와 민간 경제연구원 7곳에서 '경청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의 반기업 이미지를 벗어내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지역에서 총선기획단을 출범하며 총선 승리 실무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주당 강원도당은 지난 25일 총선기획단 발대식을 가졌다. 강원도 전체 의원석 8석 중 6석 확보가 목표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로는 총선에서 100석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친박'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서는 대중적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