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여행업부터 제조업, 교육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소비자 조사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1000명, 매월 4000~50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감경제심리를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6개월간 2만6000명을 조사한 결과 9개 항목에 대한 향후 6개월 간 소비지출을 10명 중 5명은 '비슷할 것'(평균 47.4%)으로 내다봤고 '줄어들 것' 3명(32.0%), '늘어날 것' 2명(20.6%) 수준이었다.
소비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여행, 문화·오락·취미, 외식비 지출 감소를 전망했다. 내구재(자동차, 가전, 가구, 디지털기기 등) 구입비 감소를 예상한 사람 비율도 39.1%에 달했다. 소비 지출 억제가 여가산업에 이어 한국 경제 근간인 제조업, 교육 관련 산업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예상됐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연령별로는 젊은층보다 60대 이상 고령층 소비지출 의향이 더 위축됐다. 근로형태별로는 소상공인 소비심리가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심리는 무직·퇴직자보다도 낮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 경제정책 한파를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주지역별로는 호남이 낙관적인 반면에 영남지역은 가장 보수적인 지출전망을 보였다.
소비지출 9개 항목 전망지수는 주거비가 103.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의료·보건비로 101.4였다. 교통·통신비(99.8)까지 1~3위 모두 지출 탄력성이 작은 필수지출에 해당한다.
제조업에도 부정적 기류가 감돌고 있다. 내구재 구입비가 '줄어들 것'(39.2%)이 '늘어날 것'(19.8%)의 2배에 달하고, 의류비 지출 의향도 거의 비슷하다.
한편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비지출 절감 의지가 강했다. 소비지출 전망 연령대별 평균은 △20대(100.7)가 가장 높았고 △30대(95.0) △40대(90.9) △50대(83.2) △60대 이상(77.2) 순이었다. 경제활동 기간이 가장 짧은 20대와 가장 길었을 60대 이상이 여유와 긴축의 양 끝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60대는 9개 항목 중 6개에서 초긴축 태세(지수 70 미만)를 갖고 있었다.
종합적으로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과 소득 감소를 예상하고 절약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본격화한 한일 갈등에 따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해지면 소비지출 성향은 더욱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 있다.
보고서는 소비 측면에서 여가산업에 이어 내구재·의류 등 제조업계와 교육 서비스 업종에 한파가 밀려오고, 제조업계는 생산과 판매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 소비자 경제심리 조사기관인 '더 콘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최근 4분기 연속 64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유일하게 50점 이하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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