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 10년 내 온다… 미래 자동차 시대 준비해야”

7월 정보통신 미래모임이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7월 정보통신 미래모임이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900년대 뉴욕 거리 사진을 보면 1대가 내연기관 차, 나머지는 모두 마차입니다. 여기서 13년 이후 사진을 보면 반대로 도로에 마차는 단 1대뿐입니다. 패러다임 전환 시점은 우리 예측보다 굉장히 빨리 오고 파괴력이 큽니다. 이에 대비한 미래 준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29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전자신문 주관으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 연사로 나서 'IT를 통해 새롭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IT산업은 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10년마다 큰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다음 흐름은 모빌리티 혁신이 가장 유력하다. 박 대표는 “자동차는 마지막 남은 퍼스널 디바이스이자 유일한 개인공간이다. AI와 맞물려 시장 자체가 역동적으로 변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욱 타다 대표이사가 공유경제와 O2O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재욱 타다 대표이사가 공유경제와 O2O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타다'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의 공동창립자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에 “규모가 안 나오는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고 조언한다. 이날 발표에서 박재욱 대표는 이 문구를 인용하며 “스타트업은 기술을 통해 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다. 처음부터 크게 바꾼다는 사고가 아니라 굉장히 작은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뾰족하게 해결하면서 스케일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20~40대 인구는 하루 평균 1시간 55분을 이동에 쓴다. 일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4분의 1을 차 안에서 보낸다. 이 시간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차량 구입은 지속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서울시 차량 등록대수만 310만대를 넘어섰다. 문제는 차가 많아도 이동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차가 이동에 쓰이는 시간은 4.2% 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주차된 상태다. 주차장에 사용되는 면적은 약 400만㎡로 이는 서울 서초구 면적에 육박하는 크기다.

박 대표는 “차가 많으면 이동 문제가 나아져야 하는데 점점 더 원하는 시간에 차를 타기 어려워졌다”며 “이런 거대한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최적화돼야 한다. 더 적은 차량대수, 높은 가동률이 전제돼야 도시의 삶 자체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IT, 공유경제로 풀려는 시도가 타다 서비스 출발점이다. 서비스 미션을 '더 정직하게, 더 편안하게, 더 안전하게'로 잡았다. 기존 이동 서비스가 제공 못했던 '승차거부 전면 차단' '믿을 수 있는 경로와 요금' '드라이버 검증과 상호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장 호응을 얻어 서비스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 100만명, 드라이버 6400명 확보에 성공했다. 재탑승률은 90%, 앱 평점은 4.7점 이상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소비자 접점을 어떤 회사가 잡고 있느냐 였다”며 “'로봇배달' 하면 '배달의민족' 떠올리듯 '이동'하면 가장 먼저 켜는 앱이 '타다'가 되면 경쟁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전환 10년 내 온다… 미래 자동차 시대 준비해야”

◇“미래 모빌리티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그리고 플릿 오퍼레이터”

전기차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3%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적 매력이 크지 않다. 그러나 박재욱 대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전기차 위상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박 대표는 “전기차 원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또 전기차는 기대 수명이 내연기관차 대비 두세 배 길다.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 숫자가 10분의 1 이하로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잔고장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많은 투자금이 전기차로 흐르고 있다. 다임러벤츠는 전기차에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 조차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시대도 향후 10년 내 올 것으로 봤다. 그는 “레벨 2~3 수준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200만원 정도에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이 옵션으로 탑재되는 시대”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조합은 차량 가동률을 극대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차량 소유보다 공유가 압도적인 시대가 10년 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대표가 가장 강조한 개념은 '플릿 오퍼레이터(Fleet Operator)'였다. 항공기나 선박처럼 일정 규모 이상 이동수단을 운용하는 업체가 해당된다. 이동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우버나 쏘카, 타다가 플릿 오퍼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자동차 산업 전체 가치 사슬에 변화가 일어난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개인 소비자가 중시하는 요소보다 플릿 오퍼레이터 요구에 맞추게 된다. 디자인, 브랜드, 배기음보다 안전, 신뢰도, 배터리 수명 등에 중점을 두게 된다.

박 대표는 “미래 자동차 산업은 B2B가 주도하게 된다. 결국 제조업체 숙제는 용도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 고민할 시기다. 서비스 업체에 굉장히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킨지도 121배나 틀렸다” 대비 어떻게?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이 오는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날 박재욱 대표는 “패러다임 전환은 분명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휴대폰 확산을 예로 들었다. 1980년대 매킨지는 2000년도에 휴대폰 사용자 규모를 90만명 정도로 예측했다. 실제 2000년 휴대폰 사용자는 1억900만명 이상이었다. 매킨지 예측보다 121배 많았다. 지금은 3일마다 9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한다.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레벨5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이 내는 교통사고를 95% 줄일 것으로 예측된다. 사고가 줄면 자동차 보험산업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상품을 새로 설계해야 하고 플릿 오퍼레이터 대상 보험도 개발해야 한다. 보험 광고도 의미가 없어진다. 미국에서만 8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고 자동차 시장도 쇠퇴할 수 있다. 자동차 할부 구입에 유입되는 캐피털 자금 역시 축소된다. 박 대표는 “이들 산업에서 운영되던 막대한 자금은 모두 모빌리티 서비스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래모임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부동산 산업 전반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는 직장이 몰려 있는 지역의 지대가 비싸다.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면 이동 시간 및 거리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다. 교외 지역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빅벨류의 구름 연구소장은 “도로 차선 면적 및 전체 차량 대수가 줄면 부동산에 파급력이 굉장히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으로 차량 이동은 출퇴근 시간에 몰리는데 자율주행이나 플릿 오퍼레이터가 확대된다고 차량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박재욱 VCNC 대표는 “차량 가동률을 16%까지 끌어올리면 현재 서울시 차량 등록대수 310만대 중 4분의 1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4차선이 1차선으로 변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피크타임에 필요한 수송량 역시 현재 등록 대수 10% 가동으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잡 시프팅'과 새로운 직업 훈련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이동 수요도 음식 수요처럼 퇴근시간이나 심야시간 등 시간대별로 차이가 있을 텐데 이때 휴식을 취하는 드라이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아울러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드라이버 교육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박재욱 대표는 “1주일 주기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여기에 날씨, 환경 등 변수 데이터를 조합해 지역별 콜 수요를 예측해 최적화된 근무조를 만든다”며 “교육 문제는 용역업체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최근엔 차고지에서 나오는 드라이버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리스크에 대해 용역업체들과 계속 논의하면서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일자리 문제는 타다 역시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법적으로 직접 고용이 아닌 알선만 가능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용역업체와 손잡고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운수업 대비 타다 일자리가 얼마나 더 양질 고용을 창출하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모임은 향후 소프트웨어, 스마트팩토리, 데이터, O2O(Online to Offline) 4개 분과로 운영될 예정이다. 임춘성 미래모임 회장(연세대 교수)은 “지금 정부는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합의를 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오늘 좋은 질문도 많이 나왔다. 고민하고 토론하고 교류해서 더 좋은 의견이 나오도록 이런 자리를 자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