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내놨다. 31일부터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한다.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에서 반대 의견이 많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제98호의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3개 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30일 공개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법을 개정한다. ILO 핵심협약 8개 가운데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것은 4개다. 정부는 이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의 비준을 추진 중이다.
고용부가 내놓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업자와 해고자는 기업별 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금지되는데 개정안은 이를 허용한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에는 퇴직 공무원과 교원, 소방 공무원, 대학 교원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되 직무에 따라 지휘·감독이나 총괄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은 가입이 제한된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자 단결권 외에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업장 내 생산 시설과 주요 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날 공개한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올해 4월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부는 3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앞서 고용부는 이달 22일 ILO 핵심협약 제87호, 제98호, 제29호 비준을 외교부에 의뢰했다. 외교부 검토가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정기국회에 비준 동의안이 제출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고, EU에서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이후 핵심협약 비준에 실질적 진전을 요구하고 있어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과 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정부입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경사노위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했고,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한 보완 입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한 개정안에 노사 양측 모두 반발해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논평에서 “정부안대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보다 강화되고 활성화돼 기업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은 우리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하여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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