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혼다·닛산 일본 수입차 빅3의 지난해 매출이 1조87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디젤차 중심이던 독일차가 부진한 사이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일본차가 판매를 크게 늘린 영향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향후 경영상 리스크로 지목된다. 일본차 3사는 홍보·마케팅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잔뜩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일본 수입차 3사는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1조875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이자 2000년대 초반 일반차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다.
한국토요타는 매출 1조1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하며 2년 연속 매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토요타는 메르세데스-벤츠(3조1415억원)와 BMW(2조8757억원)에 이어 수입차 매출 3위 자리를 굳혔다. 영업이익은 682억원으로 12.1%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5.7%로 업계 1위 벤츠(3.4%)를 크게 앞섰다.
같은 기간 혼다코리아는 매출 4673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는 3년 전인 2015년 213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를 비롯해 모터사이클 부문이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한 영향이다. 지난해 혼다 모터사이클은 2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30.7% 성장했다.
반면에 한국닛산은 매출 2106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하며 3사 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닛산과 인피니티 라인업에서 디젤차 대안으로 떠오른 친환경차 비중이 다른 일본 브랜드보다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차 판매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일본차는 2만385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 일본차 점유율은 19.5%로 전년보다 5.6%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 수입국 기준으로 일본은 1만5413대로 2.1% 증가하며 독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최근 확산 중인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올해 경영상 악재다. 업계는 브랜드와 신차에 대한 홍보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사는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달 중순 이후 보도자료 배포나 각종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포털사이트나 TV 등에 집행했던 광고 노출도 계약이 끝나는 대로 최소화할 방침이다. 일단 소비자 눈에 띄는 노출 빈도를 줄이겠단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아직 계약 취소 등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신차 견적 요청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신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이달 일본차 5개 브랜드 신차 유효 견적 건수는 1374건으로 전달보다 41% 하락했다. 할인 폭이 컸던 인피니티 등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모든 브랜드 견적 요청이 줄어들었다.
한 일본차 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신차에 대한 이벤트나 마케팅 활동 등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 “계속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