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근무 후 퇴사하는 사람에게 퇴직금에다 1개월 이상 급여까지 추가해서 줘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1년 일한 사람에게 연차가 무려 26개나 생기기 때문입니다. 교육시킨 인력이 퇴사하는 것도 손실인데, 급여 부담까지 져야하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1년씩만 일하고 '구직급여'를 수령하며 회사를 옮겨 다니는 '구직 유목민'에 대한 본지 보도 이후 최고경영자(CEO) 여럿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기반한 연차제도가 1년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그만큼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기존에는 1년을 근무하면 2년차에 총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2년차에는 1년차 때 1개월에 1일씩 발생한 휴가와 별도로 15일 연차휴가를 받게 된다. 즉 2년차에 들어가는 시점에 발생하는 연차는 26일이 되는 셈이다.
소프트웨어업계 한 CEO는 “연차 제도를 악용해 1년 지나고 퇴사하면 퇴직금과 26개의 휴가에 대한 급여를 줘야 한다”면서 “1년 동안 적응시키고 투자했는데 1년만 일하고 그만두는 직원이 야속한데, 법적으로 추가 혜택까지 줘야해서 기업에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26일에 대한 연차를 급여로 보상하면 1개월치 이상의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주 5일씩 일할 경우 5주+1일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견기업 CEO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 CEO는 “바뀐 연차제도는 1년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혜택이 되고, 기업에는 독이 된다”면서 “구직 유목민에게는 1년 딱 채우고 그만두는 것이 소위 '가성비'가 나오는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은 필요하나 제도 허점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번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법 개정 취지가 1년차 때 연차가 없어 2년차 때 생기는 연차를 미리 당겨쓰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1년 후 퇴사하는 사람에게는 취지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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