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日 탈피 위한 지원대책 망라

[한일 경제전쟁]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日 탈피 위한 지원대책 망라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을 중심으로 산업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망라했다. 기존 소재·부품·장비 정책 결점을 보완해 국산 핵심 기술을 실제 제조현장에서 쓸 수 있게끔 촘촘한 지원책을 만든 점이 특징이다.

대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1개 부처가 참여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장기 정책 지원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한일 경제전쟁]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日 탈피 위한 지원대책 망라

◇1년·5년 시급성 나눠 100대 핵심품목 선정

먼저 업계 의견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6대 분야에서 100대 핵심품목을 선정했다. 또 시급성에 따라 단기(1년) 20개, 중장기(5년) 80개 등으로 선정됐다.

단기 20개 품목은 안보상 수급위험이 크고 시급히 공급안정이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수입국 다변화와 생산 확대를 집중 추진한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은 국산 기술을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단계별로 지원 방안을 구성했다. 수급 상황이 시급한 20대 품목은 국산 기술을 상용화 전 단계에 있는 품목과 상용화에 가까운 품목으로 구분했다. 상용화 전 단계에 있는 기술은 3개월 안에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연계하고, 이미 상용화에 근접한 국산 기술은 양산 평가를 지원한다.

민간투자를 강력하게 지원하기 위해 미래차, 반도체 등 13개 소재·부품·장비 양산설비 투자에 대해 입지·환경 규제완화 등 애로 해소에 나선다. 연기금, 모태펀드, 민간 사모펀드(PEF) 등이 참여해 소재·부품·장비에 투자하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 계약학과를 확대하고 기업 연구인력을 훈련하는 등 특화된 전문인력 공급도 추진한다.

범부처가 참여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기업 간 협력모델을 지원한다. 기존에도 국산 기술은 있지만 시장에서 사장(死藏)된 사례를 염두에 두고 지원책을 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존 소재·부품·장비 정책에서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이해관계가 달라 연구개발(R&D)에서 양산까지 연결이 쉽지 않았다”며 “R&D에서 실증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협력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일부 핵심 과제 예타 면제 추진

일부 핵심 과제에 한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도 추진한다. 예타는 R&D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지만 까다로운 심사와 반년 넘게 걸리는 심사기간으로 인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예타를 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사업은 5조129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소재산업 혁신 기술개발 사업'과 8000억원 규모로 신청한 '제조장비 시스템 개발 사업'이 있다. 정부는 이중 핵심과제를 위주로 예타 면제를 추진해 내년에 시행한다. 또 일본이 추가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기계와 탄소섬유 분야도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정책 지속성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산업 자립을 위한 자금·입지·세제·규제특례를 총괄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속적 구매가 이어지도록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를 설치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는 6대 업종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해 품목 선정부터 공동 R&D, 실증 테스트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곳을 지원하고, 핵심 스타트업 100개사를 선정·육성하는 '소재부품장비 100+100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분업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건전한 생태계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R&D 양과 질 모두 변화 전망

소재부품 국가 R&D도 양과 질 측면에서 큰 폭의 변화를 맞는다.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천기술 자립을 위해 예산 규모는 대폭 늘리고 기획부터 성과 관리까지 전략성을 강화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그동안 소재부품 R&D 예산이 전략적인 것에 집중됐다면 좋았는데 산발적으로 됐다”면서 “R&D 내용은 전략적으로 산업 핵심 부문을 우선 순위를 가지고 영향 분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 관련 R&D 예산은 전체 R&D 예산에서 약 4% 내외를 유지해왔다. 규모로는 2017년 기준 7089억원이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그동안 우리 산업의 급소가 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에 있어선 성과가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향후 관련 R&D에 7년간 7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가 속도전을 외치는 만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결을 받은 내년 R&D 예산안에 증액, 신규사업 반영 등으로 1조원 이상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도 크다. 2021년 국가 R&D 투자 방향엔 아예 소재부품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이미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응용, 기술화에도 예산을 집중 배분할 계획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