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인터넷 상호접속 때 무정산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정산을 하다가 과도한 트래픽 불균형이 발생하면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대표 사례가 미국 통신사업자(ISP) 컴캐스트와 콘텐츠전송대행(CDN) 사업자 레벨-3 간 분쟁이다.
양사는 동등접속 계약에 따라 무정산을 유지했지만 레벨-3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자 갈등이 시작됐다. 컴캐스트는 즉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고 레벨-3는 별도 협정을 맺고 접속료를 지불했다. 무정산으로 시작했지만 트래픽 불균형이 발생하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어 컴캐스트 등 주요 ISP와 망 이용 계약을 체결,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다.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우회로를 통해서는 고품질 서비스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랑스도 유사 사례가 있다. 프랑스텔레콤(현 오렌지)과 미국 기반 글로벌 ISP 코젠트는 2005년 상호접속하고 무정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젠트가 '메가업로드'라는 미국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과도한 트래픽을 프랑스텔레콤으로 보내자 프랑스텔레콤은 즉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코젠트는 프랑스텔레콤이 망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프랑스 규제당국에 제소했다. 통신규제당국 ARCEP는 2012년 9월 프랑스텔레콤과 코젠트 트래픽 교환 비율이 '비대칭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한 것은 반경쟁적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당초 양사가 무정산 협정을 체결할 때 규정한 트래픽 교환 비율 1 대 2.5를 초과하는 트래픽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라고 결정했다.
상호접속 시 어느 일방의 트래픽이 2.5배 많은 것까지는 무정산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트래픽 교환비율 비대칭으로 보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 법원은 2015년 5월 결정이 적법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처럼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이용대가 지불 사례가 증가하는 건 최근 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ARCEP이 공식 발간한 '프랑스 인터넷 현황(2018)'에 따르면 주요 ISP 상호접속 트래픽 가운데 망 이용대가 지불 트래픽 비중은 2012년 20%에서 2017년 41%로 갑절 늘었다.
구글은 코젠트 사례를 참고해 2013년 오렌지와 직접접속 계약을 체결,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인터넷 콘텐츠 산업의 심장부로서 글로벌 망 중립성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미국에서 발생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7년 12월 표결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의결한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만이 혁신의 원천은 아니며 합리적인 망 투자비용 분담을 통해 네트워크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더욱이 인터넷 망 혁신은 중장기로 볼 때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만 망 이용대가가 과도해 콘텐츠 산업 혁신이 저해될 정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프랑스 주요 ISP 상호접속 트래픽 비율
자료:ARCEP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