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는 논리 중 하나가 '해저케이블 비용절감'이다. 글로벌 CP가 자체 해저케이블을 통해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트래픽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ISP)가 국제 전송구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전송구간 비용을 절감한 국내 ISP가 국내 트래픽에 대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라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주장에는 '한국 이용자 요청에 의해 트래픽이 유발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 이용자 요청에 따라 유발된 트래픽이므로 국내 ISP가 가입자로부터 비용을 회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발신자 부담' 원칙과 어긋난다. 다양한 해외 사례가 증명하듯 트래픽 비대칭이 발생하면 상호접속한 ISP 간 무정산이 정산으로 변경되고 비대칭 트래픽을 유발한 진영이 망 이용대가를 부담한다.
CP임에도 자체 해저케이블을 보유하고 ISP화한 글로벌 CP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만약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 요청에 의해 트래픽이 유발됐다면, 국내 트래픽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그러나 글로벌 CP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사업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구축하고 트래픽을 끌고 온다. 자사 이익을 위해 국제 전송구간 비용을 내는 것이고, 따라서 국내 트래픽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내는 게 정당하다. 프랑스나 일본에서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했다는 점,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이 망 이용대가를 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넷 콘텐츠 산업 심장부인 미국은 세계 각국으로 콘텐츠를 실어 나르기 위해 '인터넷 고속도로'가 반드시 필요하고 각국 ISP 반발을 무력화하기 위해 '망 중립성' 원리를 종교처럼 내세우고 있다.
'차별금지' 원칙을 전면 부각하면서 글로벌 CP를 차별해서는 안 되며, 망 투자비용은 이용자로부터 회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망 투자비용을 이용자 요금만으로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한국처럼 통신 요금 규제가 강하고 정액제 성격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회수가 더더욱 어렵다.
샌드바인이 발간한 '모바일 인터넷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유튜브가 세계 모바일 트래픽 35%(다운로드·업로드 종합)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계열 서비스를 포함해 20%를 차지했다. 2개 세계 모바일 트래픽 55%를 차지한 것이다.
국내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신사는 유튜브 단일 서비스가 국내 유무선 전체 트래픽 30% 이상을 점유하며, 글로벌 CP 트래픽을 합치면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통신3사가 매년 유무선 통신망에 최소 5조원, 많게는 8조원을 투자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글로벌 CP가 인터넷 망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 지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CP는 인터넷 망에 크나큰 부담을 주며 막대한 돈을 벌어가지만 얼마나 버는지 등 정확한 통계조차 없고 사실상 세금도 거의 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 데도 '트래픽의 자유로운 이동'은 선(善)이고 이를 가로막고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ISP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이 제대로 된 망 이용대가 논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다운로드 기준)
자료:샌드바인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