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이달부터 본격 일본 수출 규제를 받지만 정부는 건건이 사례를 수집한 후에나 개별허가 대응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수출 기업이나 수입을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7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 정밀화학산업진흥회,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주최로 정밀화학업계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수출설명회가 열렸지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 일본이 개별허가한 전략 물자 대상 유무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고 질문했지만 정부측 관계자는 “수출자(일본 기업) 측에서 신청하고 사례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수출 품목이 실제 전략 물자에 포함되는지는 일본 정부 측에 개별허가를 신청해본 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미 일본세관에서 수출 품목에 개별허가로 받을 것을 요구했다”면서 “지금 수입이 안 되고 발이 묶여 있다”고 토로했다.
당초 일본 발표대로라면 규제를 실시한 불산,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만 수출 규제를 받아야 한다. 특히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시행령도 이달 28일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한국에 수출하려는 일본 기업은 경제산업국 및 지역사무소나 경제산업성 본성에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별 개별허가나 캐치올(상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설명회 주최측 관계자는 “일선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면서 “확인해보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행사에는 소재와 부품, 부품과 완제품 중간 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뿌리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뿌리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당초 행사는 예약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슈가 워낙 큰 탓에 많은 인원이 몰렸고, 공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6대 뿌리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여기에 활용되는 품목 대부분은 수출 규제를 받는 전략물자다. 전략 물자란 무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물품,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의미한다.
실제 탄소섬유나 살충제(디메틸포스파이트), 반응기 등은 민간용도일 경우 탄소섬유 프리프레그, 농약, 합성화학공업(메탄올 등)으로 쓰이지만 군사무기인 미사일동체, 신경작용제(사린), 화학작용제 제조설비 등으로 전환 가능하다.
일본이 가장 먼저 규제에 나선 불화수소는 사린가스 합성원료로 쓰인다. 북한 김정남 암살에 쓰인 오황화인도 신경작용제 아미톤(VX) 합성원료다.
이밖에 화학반응기, 저장탱크, 밸브 등 일부 화공장비들도 전략 물자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장비를 수입할 때 개별허가 받는 처리기간이 90일로 늘고 건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면서 “하지만 정부 측에선 중복 서류일 경우 심사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란 추상적인 얘기를 내놓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 정부 관계자는 “파는 사람(일본 수출자)이 통제 대상 수출품목인지 더 잘 안다”며 “통제 품목이 늘어날수록 업종별 구체적이고 체감 가능한 추가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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