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밝혔듯이 우리 경제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발표,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투자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 일본 수출 규제, 바이오 거품 논란 등 국내 경제 여건도 만만치 않다.
이날 모인 경제 수장들은 상황의 긴박함을 인지하고 과감한 대처를 약속했다.
출렁이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증시 수급 안정 방안 추진,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에 나선다. 한국은행은 상황 변화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그러나 이날 경제 당국 수장들이 모여 마련했다는 발표에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 예상 가능한 조치였다. 특히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물론 시장에 정부의 적극 대응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시기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대외 변수로 꼽은 미-중 무역 갈등과 이에 따른 위안화 약세,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 등은 이미 예상이 가능한 변수다. 또 수출·투자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나 일본 수출 규제, 바이오 거품 등도 한 달 이상 충분히 노출됐거나 예상 가능한 사안들이다.
물론 대내외 경제 변수가 발생 여부나 특정 시점을 가정하고 대응하기에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열 번 양보해서 대응 시기가 너무 늦다. 금융 시장의 혼란은 이미 5일부터 시작됐다. 나흘 째 주식시장은 이미 근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락했고, 환율도 급등했다. 오히려 8월 들어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 '긴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무색할 정도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게 전부다.
우리 경제 당국 수장들이 현 상황을 진짜 엄중하게 인식하는지 의문이 든다. 시장은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사후 대책보다 작아도 탄탄한 선제 대응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