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우수게임 시상식이 진행된 서울 중구 콘텐츠코리아랩 지하 1층에 들어가면 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시상식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생경한 장면이다. 1997년 이달의 우수게임이 시작된 이래 처음 설치된 구조물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름표가 붙어있다. 종으로 23열, 횡으로 17열 오차 없이 반듯하게 이름표가 붙어있는 거대 명판이다. 총 389명 이름이 적혀있다. 수상작을 만든 모든 이들의 이름이다. 엔드림, 체리벅스, 젤리오아시스, 넷마블네오, 셀빅, 키튼플래닛, 뎀코포레이션, 집연구소 개발자 이름이 입구를 수놓는다.
무대 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표자 외에도 게임을 만든 모든 개발자가 조명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게임은 다양한 직군의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다. 맡은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없다. 각자 파트의 결과물이 모였을 때 비로소 상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나온다. 명판은 이 과정에 들어간 개발자 각자의 노력과 헌신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최원진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게임산업팀 대리는 “수상은 대표자가 하지만 게임은 다 같이 만드는 것”이라며 “한 분 한 분이 수상의 영광을 같이 누리고 조명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가 있는데 시상을 통해 개발자들이 모두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리스트를 지속 보관할 계획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기록을 보존한다. 시상식 하나마다, 개발자 한 명 한 명이 한국 게임사에 남는 셈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