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필요할 때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자, 지난해 12월에 이어 8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는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학계와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긴급하게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서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그때그때 말을 바꿨으니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배경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밝힌데 대한 일본 주장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주장과 달리 국제평가기관은 한국이 일본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훨씬 엄격하게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올해 전 세계 200개국을 대상으로 전략물자 무역관리를 평가한 순위에서, 한국은 17위를 차지해 36위의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책으로 △아세안·인도 등 시장 다변화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인력양성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 등 다각도로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으로 소재부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인 만큼, 해당 산업 종사자라고 해서 무분별한 지원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필요한 부분에 지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원 의견을 청취한 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지만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일본 정부가 3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1건의 수출을 허가한 데 대해선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한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국내 5대 그룹 경영진과 비공개 회동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준 SK커뮤니케이션 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와 관련해 재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책에 대한 의견 공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