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8일 “일본이 규제하는 3대 수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말했다. 때맞춰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이 신청한 수출 1건에 대한 허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수출 대상은 삼성인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개별 심사의 경우 90일 정도 표준 심사 기간이 있지만 이번 신청에 대해서는 1개월 만에 허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경제산업성은 앞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해 문제가 없을 경우 허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강경한 방침이 다소 완화된 것 아니냐며 사태가 전환 국면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수출 절차가 이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연 일본 입장이 어느 쪽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한두 건의 사례만으로 정확하게 지금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일본 정부에서 아직까지 공식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수출 규제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설령 물밑에서 다른 기류가 있다 하더라도 시간 문제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일본이 작정하고 우리나라에 경제 보복을 감행한 이상 쉽게 해결될 리 만무하다.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대책 마련에 더욱 고삐를 죄어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서 외교적 해결에 나서고,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정부와 기업이 소통해야 한다. 소재·부품의 국산화, 핵심 품목의 특정 국가 과잉 의존 해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 분업 체제 구축 등 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기조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