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올려놓은 95%인데….” 최근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 1단계 사업자 선정을 바라보는 정보기술(IT)서비스업계의 전반에 걸친 분위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SDS가 수년간 업계의 자정으로 개선해 온 소프트웨어(SW) 공공사업 행태를 흐렸다는 지적이다.
삼성SDS가 투찰 가능한 최저가를 겨우 만족시키는 80.0%대를 써 냈다. 한 중견 IT서비스기업 대표는 '그야말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 해 매출 10조원을 올리는 업계 최대 기업이 고작 수백억짜리 사업 수주를 위해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반응이다. 예산 대비 하한선을 95%로 상향조정해 달라는 업계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논리로 예산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공공사업에서 대기업도 정부 예산의 80%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는데 예산을 더 적게 책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활용될 것으로 우려한다.
앞으로 사업을 놓고 '눈치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 수주를 위해 최저가 입찰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열렸다. 근거는 '삼성SDS도 하는데'가 될 것이다.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 개정된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에도 공공사업을 지속해 온 LG CNS 등 대기업은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폐지 또는 완화를 위해 줄곧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공공서비스 관련 연구개발(R&D) 침체로 전자정부 경쟁력과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 하락을 가져온다는 게 주된 근거다. 수출 부진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대기업은 2013년 이후 제대로 된 공공사업 실적이 없어 번번이 수주에 실패했다.
그러나 삼성SDS 등 대기업이 다시 공공 시장에 들어올 경우 공정경쟁을 해칠 것이라는 중견·중소기업의 주장을 입증했다. 그동안 대기업 주장이 무색해졌다. 앞으로 대기업의 참여제한 예외가 인정, 공공사업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 수주에 실패한 LG CNS는 물론 다른 대기업까지 공공사업 수주를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 삼성SDS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은 아닐까. 6년 만의 복귀는 민폐가 됐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