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드사 간 힘겨루기에...'QR페이' 반쪽짜리 전락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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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소상공인 간편 결제 '제로페이'에 대응하기 위해 6개 카드사가 연합해 만든 '카드사 공동 QR페이' 서비스가 위기를 맞았다. 카드사끼리 규격 제정 갈등 때문에 결국 두 진영으로 갈라서면서 카드사 간 QR 호환이 어렵게 됐다. 하나의 통합 QR코드만 있으면 모든 카드사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인프라 통합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카드사 간 이견으로 '공동 QR 결제서비스'가 2개 진영으로 나뉘어 상용화된다. 올해 초 롯데카드, 신한카드, 비씨카드는 '카드사 공통 QR페이'를 추진했다. 사실상 카드사 주도의 제2 제로페이다. 카드 3사는 호환이 가능한 공통 QR 규격과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금융감독원이 3개 카드사의 연합 QR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약관도 승인했다. 이후 금융 당국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3사 이외에 모든 카드사가 참여하는 공통 QR서비스를 만들라고 카드업계에 통보했다. 후발 진영으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가 합류했다.

고객은 카드사별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별도로 깔지 않고 단일 통합 앱만 내려 받아 6개 카드사의 모든 QR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호환 작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선발 진영인 롯데카드 진영과 후발 진영인 KB국민카드 진영이 규격 통합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별도 규격으로 QR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렇게 되면 롯데·비씨·신한카드 QR 결제는 호환이 되지만 KB국민·현대·삼성카드 QR 결제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각 진영이 별도의 QR 규격을 제정, 운용하게 되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출발한 QR 결제 서비스가 카드사 시장 선점 다툼으로 변질됐다”면서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각 카드사 진영 간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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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두 카드사 진영은 정산 위탁운용사를 개별로 계약, 균열 조짐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했지만 호환 규격 제정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카드는 9월 QR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들 진영이 내놓는 서비스는 롯데·신한·비씨 카드 결제 플랫폼과 호환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호환 규격 도출에 실패한 이유는 카드 시장점유율 2위권을 형성하는 후발 카드사들이 연합해 별도 규격 제정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면서 “카드사 공동 QR서비스가 추구할 고객 편의성보다는 QR 결제 시장에서 개별 카드사가 시장 선점을 위한 이전투구 양상으로 협의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카드사 간 규격 제정 실패로 사실상 카드 공통 QR 결제는 가맹점 이중 투자는 물론 반쪽짜리 인프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카드사를 전면 배제한 제로페이 정책을 내놓으면서 카드업계가 이례적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했지만 결국 무산된 셈이다.

이와 관련 초기 공동 QR제정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은 조속히 카드사간 이견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간 호환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만약 소비자를 볼모로 한 카드사간 이견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