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2세대 에픽'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최고 성능의 x86 프로세서입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오브파인아트에 차려진 행사장.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연단에 올라 힘이 느껴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신형 프로세서를 소개하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소개된 제품은 서버 등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다. 새로운 설계(아키텍처) 기술을 도입했다는 의미에서 2세대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이름만큼이나 개선된 성능을 보여줬다.
업계 최초로 7나노(㎚) 공정을 적용, 전작보다 2배 이상 성능을 끌어 올리면서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낮췄다. 특히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작업(워크로드)에서 경쟁사인 인텔보다 80~100% 앞선 성능을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AMD 프로세서 성능이 크게 향상된 데에는 리사 수 CEO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쓰러져가던 AMD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경영자다. 2011년을 전후해 AMD는 인텔과 경쟁에서 밀려 존폐 위기에 몰렸다. 회생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프리스케일 최고기술책임자로 근무하던 그는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2012년 AMD에 최고운영책임자로 합류했다. 그는 게임기용 프로세서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로를 인정 받아 2014년 CEO 자리에 올랐다.
리사 수 CEO는 이후 핵심 분야인 고성능 컴퓨팅 사업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젠(Zen)'이라고 불리는 아키텍처를 개발하며 마침내 반등에 성공했다. 제품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자 주식시장에서도 AMD가 재평가됐다. AMD 주가는 리사 수 CEO 부임 후 800% 이상 상승했다.
AMD는 인텔이 14나노에 머무르며 차세대 공정 도입에 주춤하는 사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AMD는 12나노와 7나노 공정을 연이어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PC용에 이어 이번 서버용 프로세서까지 업계 최초로 7나노 프로세서를 상용화했다.
AMD는 서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장을 놓친 탓에 인텔이 점유율 95%로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서버 프로세서에서도 인텔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 판을 흔들겠다는 의지다.
리사 수 CEO는 “인텔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달성했다”며 “게임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데이터센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데이터센터를 사용해 무엇이든 하고 있다면 우리 프로세서와 함께 해야 한다”며 “2세대 에픽 프로세서가 현대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