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되,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가짜뉴스 등은)올바른 진단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여러모로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기업과 민심을 혼동시켜 불안감을 조성시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 가짜뉴스에 가까운 오보가 쏟아지면서 시장 불확실성, 기업 불안감이 높아질 때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아베 정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외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신용 평가기관들이 우리의 경제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피치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단계 높은 'AA-'로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중심을 확고히 잡으며 대외적 도전을 우리 경제에 내실을 기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기 위해 의지를 가다듬어야 한다”며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부딪혀 머뭇거리면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의사결정과 추진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부처 간 협업 강화로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진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따른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가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도 우리 경제를 흔들려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단호하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성숙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관계 회복을 원하는 시민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정부 간에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민간 차원의 성숙한 대응을 통한 한일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광복절 연설문에도 이 같은 대일 대응과 함께 대화 의지를 담은 '투트랙 메시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외국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과 브렉시트에 대비한 한국과 영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안 등 법률안 3건, 대통령령안 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그동안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M&A하는 경우에만 신고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핵심기술을 수출하는 경우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와 같은 국가핵심기술 유출자 처벌 조항도 대폭 강화됐다. 국가핵심기술을 의도적으로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 기업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된다.
한·영 FTA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한·EU FTA에서의 무역 혜택이 한국과 영국 간에 이어지게 하는 것으로, 통상 공백을 미리 차단해 통상관계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