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소형 증권사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에 나선다. 대형 증권사가 자본 확충과 자회사 설립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소형사는 내부 업무에 디지털 혁신을 우선 적용하며 독자 영역을 구축하는 데 한창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빅데이터 기반 주식거래 서비스 'MINE(마인)'을 출시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시도하는 빅데이터 기반 주식거래 서비스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원스텝 종목 초성 검색, 데이터 시각화, 투자 정보 큐레이션 검색, 투자정보 개인화, 개인맞춤화면 설정, 소셜 로그인 등 종전의 모바일거래 시스템(Mobile Trading System, MTS)에서 진일보한 시스템 및 기능을 담았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4일 다자간 화상회의 시스템인 '스마트 콘퍼런스'를 도입했다. 최대 200명까지 동시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본사와 전국 모든 지점 간 다자간·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현대차증권은 이 시스템을 종합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큰 VIP 고객 대상 세미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고객도 주식, 채권, 연금, 세무, 부동산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과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IBK투자증권은 내부통제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레그테크 도입에 한창이다. 레그테크는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주제별로 통합 축적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석 데이터와 사용자 리포트를 제공한다. 하반기부터는 코스콤이 구축할 금융 클라우드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양증권은 RPA 도입에 한창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대응하고, 내부 업무 효율 역시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과감한 업무 시스템 혁신으로 스마트워크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공략으로 디지털 혁신에 도전하는 중소형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중소형사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 증권사 HFT증권을 인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인수를 통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축, 경쟁력 있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에는 빅데이터 투자 분석회사 '데이터애널리스틱스랩'을 자회사로 설립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분석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신용정보법 개정에 맞춰 데이터애널리스틱스랩을 마이데이터(MyData) 전문 자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유안타증권은 증권투자 플랫폼 '티레이더'에 기반한 차별화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 이후 금융지주 단위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지주 중심 디지털 혁신 전략을 수립해 계열사 단위로 아이템 검토에 들어갔다.
이처럼 중소형 증권사도 디지털 혁신에 몰두하는 이유는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 확충 경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으로 인한 발행어음 시장 도입과 자회사 설립을 통한 부동산 신탁업 진출 등으로 대형사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만큼 중소형사만의 특화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사에도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외에도 디지털최고책임자를 속속 임명하며 디지털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중소형사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