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에 기존의 '1조원 플러스알파(+α)'를 넘어 '2조원+α' 재원 편성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소재부품 분야를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 편성하고, 올해 안으로 1조6980억원에 이르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3일 국회에서 잇따라 당정협의를 갖고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정세균 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장, 최재성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 조정식 당 정책위원회 의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영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엄중한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려면 정확한 현실 파악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예산의 확장적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면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범정부 긴급 상황 점검 체계 등을 통해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이달 말까지 소재부품특별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한다.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예산의 조기 투입 목적으로 이달 중 1조6980억원 규모 소재부품 연구개발 사업의 예타를 면제한다. 이보다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에서도 내년도 예산 가운데 소재·부품·장비 산업 예산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내년도 예산을 올해 469조원에서 530조원 규모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여당 의원은 핵심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1조원+α 수준의 일본 경제 보복 대응 예산을 2조원+α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윤관석 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부품·소재 산업 지원 예산이 추경에 편성됐다”면서 “내년도 예산은 더 과감하게 발굴해서 반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앞서)1조원+α로 하기로 했는데 알파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선 핵심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7년 동안 1조원씩 총 7조원을 투입하는 정부 계획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반 투입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세균 위원장은 '투트랙' 대응 방안을 강조했다. 안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근본적 체질을 변화시키고 밖으로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대응해 조치 철회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안으로는 글로벌 가치 산업을 바탕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상생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아베 일본 정부의 일방적 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내실있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