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은 이미 기간산업이 됐다. 어떤 사업을 하든 ICT가 고려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사회 곳곳에서 ICT 부문 입찰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담합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찰담합을 일일이 적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유형의 담합과 마찬가지로 가장 효율적인 억제책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리니언시)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담합을 적발하는 가장 효율적 수단은 현재까진 리니언시”라고 말해다.
공정위가 발간한 공정거래백서에 따르면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가 해당 사실을 자진 신고하고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사에 협조할 때 시정조치, 과징금 등 제재를 면제·감경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내부자의 신고를 유도해 갈수록 은밀해지는 담합의 적발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담합의 근간을 이루는 참여자들 간 신뢰를 무너뜨려 카르텔 자체를 붕괴하고 장래 담합 형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리니언시를 1997년 첫 도입했고 지금은 담합을 적발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리니언시로 적발한 담합 사건은 2005년 이전에는 연평균 1건에 그쳤다. 그러나 공정위가 예측가능성,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 2005년 이후부터 건수가 지속 늘고 있다.
리니언시로 적발한 담합 사건은 2015년 48건, 2016년 27건, 2017년 42건을 기록했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총 539건 담합사건 중 리니언시를 활용해 적발한 것은 301건(55.8%)이다.
공정위는 “자진신고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17년 기간 동안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 사건은 총 462건인데, 이 중 리니언시를 활용해 적발한 사건은 297건(64.2%)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니언시는 끊임없이 '면죄부'라는 지적을 받는다.
담합에 가담하고도 공정위에 가장 먼저 자진신고를 한 기업은 과징금을 100% 면제 받는다. 2순위는 50%를 감경 받는다. 이런 점을 이용해 담합을 주도한 기업이 정작 제재는 피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공정위가 유한킴벌리의 담합 사건을 적발했을 때 리니언시 관련 지적이 쏟아졌다. 유한킴벌리는 담합을 주도하고도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제재를 빠져나갔고, 영세한 대리점만 과징금을 물게 된 사건이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리니언시에 의존하지 말고 직권조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담합을 적발·제재하려면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권조사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언시는 '양날의 검'과 같은 제도”라면서 “국회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리니언시를 보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