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회에서 디자인 싱킹을 기업 혁신 문화로 내재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 및 사례를 알아봤다. 이번에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 공헌(CSR) 활동에서 디자인 싱킹 가치를 산업 관점에서 확인해 보고자 한다.
CSR는 1940년대에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책임 관점에서 도입된 경영 전략이었다. 이제는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해 영향력을 강화한 차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CSR 활동에서 디자인 싱킹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SAP코리아의 법무팀 양관석 본부장, CSR팀 엄규리 매니저과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해 본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산업은 이제 대량생산의 틀에 개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취미와 욕구에 대한 경험을 받아들이고, 개인 욕구에 생산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 관점에서 서비스와 제도를 재설계하고 있다. 디자인 싱킹은 이러한 사용자 중심 또는 소비자 중심 사고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산업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은 사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CSR 활동과 맥락을 함께한다. 즉 CSR는 단순히 공헌 차원을 떠나 공공 또는 사회 혁신을 위해 기업이 새로운 의도로 창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생각을 물구나무 세워 놓는' 디자인 싱킹은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인 기존의 사회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수정해 가는 프로토타입 과정을 통해 실패 비용을 줄이면서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는 디자인 싱킹 특징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힐 수 있는 사고 방법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SAP는 수많은 CSR 활동을 통해 디자인 싱킹을 전파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디자인 싱킹을 접목한 '1BL'(10억명) 프로젝트를 통해 SAP 기술과 자원을 기반으로 10억명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임직원들을 포함한) SAP 내부 자원와 외부 스타트업 및 사회적 기업과도 협력하며, 전 세계 각국의 환경·기후 문제 해결과 소외계층 또는 사회 배려자를 돕는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인 싱킹 기반으로 자폐인 대상의 직업 훈련 프로그램, 디지털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창의코딩캠프 등이 진행됐다. CSR를 단순히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구현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몇 번의 워크숍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근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CSR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매순간 사고 흐름을 디자인 싱킹 방법론에 따라 프로세스식 사고를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직관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더욱 빠르게 모방하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을 공무원·학교·회사, 심지어 자영업자까지도 일상에서 다양하게 응용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의 CSR는 이제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기업 활동이 사회에 어떠한 가치와 성과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한 '소셜 임팩트'로 변화하고 있다. SAP는 올해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시민과 함께 공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과 연계해 CSR를 추진한다. 미래 도시 모델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시티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기술이 시민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도시 내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해결한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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