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구글은 선한가

[전문기자 칼럼]구글은 선한가

저주를 내리는 게 직업인 흑마술사가 아니라면 통신 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한 번쯤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통신은 인터넷 트래픽이 아무리 늘어도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 들으면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이용자가 인터넷 요금을 지불하는데 통신사가 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까. 유선과 무선 인터넷 모두 종량제가 아니기 때문에 트래픽이 증가하더라도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요금은 사용한 만큼 내는 구조가 아니다. 유선 인터넷으로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감상해도 한 달 요금은 3만원이다. 이동통신(무선인터넷) 역시 6만~7만원을 지불하면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이 없다. 와이파이도 있다. 종량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트래픽 증가=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수익은 그대로인데 트래픽만 늘어나는 지점에 이른다.

인터넷 망은 이미 설치돼 있는데 트래픽이 많아지는 게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사는 트래픽을 감당하느라 매달 전송장비를 구매,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한다. 트래픽은 곧 비용이다.

비용을 누가 지불하는가? 요금을 낸 소비자는 대상이 아니다. 남는 건 트래픽을 유발한 사업자, 즉 콘텐츠 사업자다. 다시 생각해 보자. 요금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요금만으로는 도저히 비용을 회수할 길 없는 지경으로 트래픽이 급증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유튜브가 국내 트래픽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대가는 내지 않는다. 정말 한 푼도 안 낸다. '인터넷 요금으로 받으라'는 게 구글의 공식 답변이다. 만약 통신 산업 초기라면 구글의 말이 맞다. 이용자가 유튜브를 보기 위해 인터넷이나 이통에 가입하기 때문에 통신사는 구글에 돈을 받지 않아도 수익이 남는다.

그러나 현재 공생 관계를 논의하기에는 트래픽 부담은 커진 반면 통신사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된다. 요즘 누가 유튜브를 보려고 인터넷에 가입하겠는가. 유튜브에 나오는 수많은 영상은 구글 입장에서는 하나의 '상품'이다. 그것을 한국까지 들고 오는 건 팔기 위한 것이고, 이에 따라서 유통비용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항구까지 실어 온 것이 한국 내 유통비용을 면제해 줘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트래픽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가. 트래픽을 유발한 기업이 안 낸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통신 요금을 올리거나 인터넷 종량제를 실시하면 된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없다. 마지막으로 묘안이 있긴 하다. 통신망을 낡게 만들면 된다. 인터넷이 느려지고 지하에서 안 터지기도 하겠지만 현실성이 아주 없는 대안은 아니다.

사실 최후의 대안이 남았다. 정부가 세금으로 망을 까는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장사하는 기업은 정부밖에 없다. 이래저래 어떤 방법을 택하든 온 국민이 부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돈은 구글이 버는데!

[전문기자 칼럼]구글은 선한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