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도 여풍이 거세다. 섬세함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여성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6820곳이다. 이 가운데 10%에 육박하는 3504곳이 여성기업이다. 최근 3년 평균 11%씩 기업 수를 늘려왔다. 2022년이 되면 여성기업 수가 5000여곳에 달할 전망이다.
여성벤처기업 어깨가 무거워졌다. 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책임을 떠안았다.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지난해 선정한 '기술 혁신형 사업 성과 우수 기업' 100곳 중 세 곳 사례를 통해 여성기업 경쟁력을 살펴봤다.
울산광역시 소재 탬프(대표 서민아)는 산업설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종사자 90% 이상이 남성인 시장에서 섬세함을 무기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설립됐다. 1년여 만에 현대중공업을 고객사로 확보, 파란을 일으켰다.
기술력으로 승부수 던졌다. 진동 측정 장비와 관련 소프트웨어(SW)를 자체 개발했다. 진동을 통해 산업설비 고장 유무를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 산업설비에 붙은 속도와 변위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하나의 장비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기존에는 속도, 변위 측정용 장비가 각각 필요했다.
SW 기술도 빼어나다. 진동 데이터 값을 정교하게 분석, 고객 맞춤형 성적서를 산출해낸다. 노트북에서 진동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탬프는 글로벌 선박용품 브랜드 에이전시 역할도 맡았다. 선박용품을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
서민아 탬프 대표는 “임직원들과 원팀이 이루는 게 목표”라며 “여성 CEO로 성장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창업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우풀컴퍼니(대표 김보라)는 교육업계에 여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취학 아동 대상 미술과 영어를 알려주는 홈스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미술 교육용 키트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브랜드명은 '코야키즈'다. 다양한 교구재와 동영상 강의로 이뤄졌다. 키트 하나만 있으면 다른 준비물이 필요 없다.
영국 회사와 손잡고 '옥스복스'라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고정 팬이 수백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미술, 영어 못하는 엄마도 집에서 아이를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우풀컴퍼니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김보라 하우풀컴퍼니 대표는 아동복 디자이너 출신이다. 학부모 눈높이에 맞춰 교육 과정을 설계했다. 그는 “코딩 교육을 포함한 여러 교과를 다뤄보고 싶다”며 “교육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전했다.
딱딱한 시사이슈를 부드럽게 풀어낸 여성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세워진 뉴닉(대표 김소연)이 주인공이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주요 시사이슈를 대화체로 해석, 매주 월·수·금요일 아침에 보내준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대상 서비스다.
인기가 높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8개월만에 구독자 7만명을 모았다.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을 뜻하는 오픈율이 50%가 넘는다. 일반 미디어 분야 뉴스레터 오픈율은 평균 20% 안팎이다.
뉴닉은 지난해 7월 세워졌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직원들로 조직을 구성했다.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췄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 사람도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도록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